SKT 해지했는데 “T우주 고객님”…통신사 해지 사각지대
2026.05.30 09:00
지난해 국내 이동통신 업계 1위 SK텔레콤에서 가입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대규모 해킹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개인정보가 유출된 이용자만 모두 2,300만 명. 사고 이후 불안감이 커지며, 한 달 만에 40만 명이 넘는 SKT 사용자가 다른 통신사로 서비스를 옮겼습니다.
그런데 당시 SKT를 이탈했던 이용자들에게 최근 '고객님'으로 시작하는 문자 메시지가 발송됐다는 제보가 잇따랐습니다. 발송처는 SKT가 운영하는 구독 서비스, 'T우주'였습니다.
■ "해지 1년 넘었는데"…내 정보가 왜 아직 SKT에?
직장인 이다겸 씨도 그중 한 명입니다. 이 씨는 지난해 4월, 개인정보 유출 사고 발생 직후 SKT에 이동통신 서비스 해지 신청을 했습니다. 통신 서비스와 결합해 이용하던 인터넷과 TV 상품도 함께 끊었습니다. 더는 SKT에 개인정보를 남기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21일, 이 씨는 SK텔레콤으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습니다. T우주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감사를 전하며, 변경된 약관 내용을 알리는 문자였습니다. T우주는 SKT가 운영하는 '가격 할인' 구독서비스입니다. 매달 일정 금액을 내면 온라인 쇼핑과 OTT등 이용 시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미 1년 전 SKT와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해지한 것으로 알고 있던 이 씨로선, 고객으로 불리는 게 당혹스러웠다고 합니다. 이 씨는 "내 개인정보가 SKT에 아직 남아있다는 사실이 불쾌했고,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겪은 회사에서 사후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이후 SKT 고객센터에 왜 아직 개인정보가 남아있는지 문의했습니다. 그러자 'T우주는 통신 서비스와는 별개의 구독 서비스여서 따로 해지 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이 씨는 " 지난해 SKT 회선 해지 신청을 했을 때 T우주를 따로 탈퇴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며 " 나처럼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우려해 통신사를 해지했던 사람들의 정보도 어딘가에 남아 방치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재차 SKT 고객센터에 T우주 해지 의사를 밝힌 후에야 해지 처리가 완료됐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SKT 통신서비스를 해지한 지 13개월 만이었습니다.
■ "T우주는 별도 구독서비스"…해지 사각지대
T우주는 SKT 회선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운영되는 별도 서비스입니다. 이름에 'T'가 붙어 있어 SKT 이동통신 고객 전용 서비스처럼 보일 수 있지만, SKT 고객이 아닌 KT나 LG유플러스, 알뜰폰 이용자도 별도로 가입할 수 있습니다.
이 씨가 SKT 이동통신 서비스를 해지한 뒤에도 'T우주 고객'으로 남아 있었던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SKT는 "T우주는 회선 가입 여부와 무관한 독립 구독 서비스여서, 이용자가 별도 해지 의사를 밝혀야 완전한 탈퇴가 이뤄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지난해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서는 "당시 침해 사고는 유심 일부 정보에 한정된 사안으로, T우주 가입자 정보와는 무관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 씨 사례를 보듯, 이용자가 한 회사에서 운영하는 이동통신 서비스와 구독 서비스를 엄격히 분리해 인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통신서비스 가입 과정에서 T우주 서비스를 알고 가입한 이용자들의 경우, SKT를 해지하면 T우주 구독도 일괄 종료된다고 오인하기 쉽습니다.
다른 통신사는 어떨까요.
KT는 이용자가 이동통신 서비스를 해지하면, 해당 회선에 연결된 부가 서비스도 일괄적으로 해지됩니다. LG유플러스도 회선 요금에 합산 청구되는 구독서비스의 경우, 회선을 해지하면 구독서비스 이용계약도 동시에 해지된다고 약관에 명시하고 있습니다.
■ “별도 서비스라면 해지 때 더 명확히 알려야”
결국 쟁점은 T우주가 별도 서비스인지 여부가 아니라, 소비자가 그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는지 여부일 겁니다.
최호웅 변호사(민변 디지털정보위원장)은 "별도의 서비스 계약에 대해서도 해지해야 개인정보 처리가 중단된다는 점을 소비자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통신 계약에 부가적으로 다른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었다면, 소비자는 통신 계약만 해지하면 된다고 오해할 수 있다"며 "이런 혼선을 만들 수 있는 구조라면 더 적극적으로 명확한 해지 절차를 안내하는 것이 책임 있는 기업의 태도"라고 말했습니다.
SKT는 KBS 취재진에게 "T우주 가입 및 해지를 하는 고객이 SKT 통신서비스와 별개임을 잘 인지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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