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까지 멈추나…레미콘 운반비 갈등, 6월 총파업 [중기+]
2026.05.30 07:30
| 레미콘 믹서트럭들이 세워져 있다. 올해도 레미콘 사업자들과 레미콘 운송사업자들 사이 운반비 협상은 진통이 예상된다. [연합] |
수도권 믹서트럭 6월 8일 운행 중단 예고...업계 “매년 파업→운반비 인상 반복”
평택·용인 반도체 현장도 영향권...레미콘업계 “공기 지연 땐 국가 경쟁력 타격”
평택·용인 반도체 현장도 영향권...레미콘업계 “공기 지연 땐 국가 경쟁력 타격”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수도권 레미콘 운송사업자들이 오는 6월 8일부터 전면 운행 중단에 들어간다. 특히 올해 파업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 등 국가 핵심 반도체 건설현장까지 레미콘 공급 차질 가능성에 노출되면서, 이번 갈등이 자칫 반도체 공급망 문제로 확산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레미콘 사업자들은 노조측의 ‘노조성 인정’ 등을 문제로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다.
30일 레미콘업계에 따르면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측은 지난 27일과 28일 양일에 걸쳐 실시한 파업 찬반 투표 결과, 수도권 조합원 7517명 중 7326명이 참여해 6603명이 찬성해 찬성률 87.8%로 파업에 들어간다고 이날 밝혔다. 노조측은 “레미콘 제조사측은 ‘권역별 협상’ 뒤에 숨지 말고 즉각 통합 교섭에 나서라. 교섭 회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산업 혼란의 책임은 제조사에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측은 파업 시기를 오는 6월 8일로 못박았다.
레미콘업체측도 강대강 모드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파업이 시작된다고 보고 대응 방안을 모색중이다. 레미콘 운전자분들은 업무량이 줄어도 과거 수입은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관점에서 협상을 하는 상황”이라며 “수년 째 계속 같은 현상이 반복돼 왔다. 올해도 파업은 예년처럼 진행 되게 될 것”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협상 진행 상황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대전은 지난달 1회전당 운반비를 7만6500원에서 8만1000원으로 4500원 올리는 5.9% 인상안이 확정됐고, 부산도 지난 21일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가결되며 파업 위기를 넘겼다. 부산은 운반비를 매년 3000원 인상하고 자가용 조합원의 운반비를 매년 3%씩 올리는 내용에 합의했다.반면 수도권은 파업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노총 산하 레미콘운송노조측은 ‘협상 결렬’ 공문 및 6월 8일부터 운행 중단에 나선다는 공문을 건설사와 건설현장에 보냈다.
레미콘 업계에서는 수도권 협상 결과가 올해 전국 레미콘 운반비 협상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경남은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투표율 91.6%, 찬성률 85.4%로 파업을 가결했다가 이후 부산이 합의로 방향을 틀었지만, 수도권은 통일교섭 방식, 노조법상 지위, 건설사 직접 교섭 가능성까지 얽혀 갈등 구조가 더 복잡하다. 특히 수도권은 평택·용인 등 대형 반도체 건설현장 공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레미콘 운송사업자들의 단체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8-5제(오전8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운행) 도입됐고, 2019년 울산지역 66일 조업중단, 2020년 부산·경남 15일 및 광주·전남 10일 조업중단, 2021년에는 토요휴무제 시행, 2022년 서울 사대문 운송비 인상 요구 운행거부, 2024년 운반비 인상 요구 파업, 2025년 천안·아산지역 운반비 인상 파업 등이 있었다.
올해의 수도권 협상 갈등이 더 문제인 것은 삼성과 SK의 반도체 생산 공장 현장이 직접 영향권에 들어기 때문이다. 레미콘은 건설현장에서 대체가 어려운 핵심 자재다. 타설 일정이 밀리면 후속 공정도 줄줄이 지연된다. 반도체 팹은 공기 지연에 따른 비용 부담이 일반 건설현장보다 훨씬 크다. 레미콘 업계는 “레미콘 운송사업자들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 등 국가 핵심 반도체 건설현장을 볼모로 단가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레미콘 운송사업자들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토요일 4회전 운반 조건으로 하루 150만원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진다. 삼성물산이 공기 단축을 위해 현장 배처플랜트 설치를 추진했지만 운송사업자 반발로 철회한 것으로도 알려진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인 경우엔 현장에서 시멘트를 만드는 현장 장치(현장 B/P)를 설치하는 것이 통상인데, 용인과 평택의 경우 운송사업자들의 반대에 막혀 대부분의 현장 BP설치가 좌절 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유류비 구조도 쟁점이다. 수도권 레미콘사들은 운송사업자에게 유류비를 지급할 때 기준연비를 km당 0.58ℓ로 산정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가 제시한 믹서트럭 실제 연비는 km당 0.45ℓ 수준이다. 이 차이만큼 운송사업자가 추가 수입을 얻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예컨대 월 80회전, 회전당 30km를 기준으로 경유 단가가 ℓ당 1600원일 경우 레미콘사가 부담하는 유류비는 월 222만여원이다. 실제 사용 유류비는 172만여원으로, 차액 49만여원이 운송사업자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경유 단가가 1800원으로 오르면 차액은 56만2000원으로 커져, 기름값이 오를수록 제조사의 부담은 늘고 믹서트럭 운전자들의 차액 수입은 늘어나는 셈이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단체교섭 요구가 확대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올해 2월 서울행정법원은 운송사업자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3월 노조설립신고증이 교부됐다. 다만 해당 1심 판결은 항소가 진행 중이다. 이에비해 지난 2024년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믹서트럭 운전기사를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수도권 협상 과정에서 레미콘 사업자들이 협상에 응하지 않는 것 역시 이같은 협상 주체 문제가 크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항소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협상에 응할 경우 노조 지위를 인정하게 되는 꼴”이라고 주장했고, 운송노조측 관계자는 “이미 법원과 정부 측에서 노조성이 인정된 사안인데도 레미콘 사업자들이 협상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또 운송사업자들은 향후 레미콘 제조사를 넘어 원청인 건설사를 상대로 직접 단가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평택 삼성 현장과 용인 SK하이닉스 반도체공장 현장에선 운송사업자가 건설사와 직접 운송비를 협상했고, 레미콘 제조사들은 운송비를 사후에 통보받은 것으로도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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