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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쫀쿠 다음 뭐든 찾아내라"…식품업계, 신상경쟁의 그늘 [권용훈의 트렌드워치]

2026.05.30 14:01

출처=유튜버 '반달샘', 유튜버 '지지야먹자'


“두바이 쫀득쿠키가 뜨니까 너도나도 비슷한 제품을 냈지만, 솔직히 그다음은 잘 안 보입니다. 말차처럼 이미 특정 소비층이 있는 원물은 몰라도 청귤이나 우베, 버터떡을 억지로 키워서 제2의 두쫀쿠로 만들기는 쉽지 않아요.”

지난 28일 한 식품업계 담당자는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두바이초콜릿과 쫀득쿠키를 합친 이른바 ‘두쫀쿠’가 휩쓸고 간 식음료 시장에서 ‘넥스트 히트’를 찾는 경쟁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말차와 피스타치오에 이어 청귤, 우베, 버터떡 등 새로운 원물과 색감을 앞세운 제품이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예전만 못하다. 소비자발 유행을 좇던 식품업계가 이제는 이미 뜬 키워드를 빠르게 복제하는 데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쫀쿠는 두바이 쫀득쿠키를 줄여 부르는 말이다. 중동식 얇은 면인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를 넣은 두바이초콜릿 열풍이 국내 디저트 시장으로 번졌고 여기에 쫀득한 식감의 쿠키 제품이 결합하며 새로운 디저트 유행을 만들었다. SNS에서는 판매처를 공유하는 지도까지 등장했다. 편의점과 카페, 베이커리업계가 관련 제품을 빠르게 내놓으면서 두쫀쿠는 지난해 식음료 시장의 대표 키워드가 됐다.

두쫀쿠의 출발점은 대형 제조사의 기획실이 아니었다. 작은 디저트 매장과 SNS 이용자들이 먼저 맛을 발견했고 소비자가 직접 판매처를 찾아다니며 유행을 키웠다. 희소성 있는 제품을 구했다는 인증 욕구와 피스타치오, 카다이프, 진한 초콜릿이 결합한 식감이 맞물리면서 확산 속도가 빨라졌다.
사진=한경DB

유행이 확인되자 시장의 흐름은 빠르게 달라졌다. 대형 식품사와 유통업체들이 비슷한 원물과 색감, 식감을 앞세운 제품을 일제히 내놓기 시작했다. 피스타치오 크림, 말차 크림, 쫀득 식감, 카다이프 콘셉트처럼 소비자가 반응한 요소를 잘라내 제품명과 포장지에 붙이는 방식이다. 소비자발 유행이 제조사 주도의 복제품 경쟁으로 바뀌는 순간 유행의 신선도도 빠르게 떨어졌다.

문제는 성공 사례보다 실패 사례가 더 많다는 점이다. 우베는 강한 보라색 비주얼로 ‘넥스트 말차’처럼 포장됐지만 국내 소비자에게 익숙한 맛은 아니었다. SNS용 색감은 있었지만 반복 구매로 이어질 만큼 맛의 기억을 만들지는 못했다. 버터떡도 전통 간식과 서구식 풍미를 결합했다는 콘셉트는 있었지만 대중적 카테고리로 자리 잡지 못했다.

청귤도 시험대에 올랐다. 말차가 만든 ‘그린’ 식음료 트렌드의 다음 주자로 청귤을 내세우는 제품이 나오고 있지만 말차와 같은 확장성을 갖췄는지는 미지수다. 청귤은 산미와 청량감이 강해 봄·여름 음료에는 어울린다. 하지만 초콜릿, 빵, 아이스크림, 스낵, 음료까지 폭넓게 확장된 말차와 비교하면 활용 범위가 좁다. 계절성은 강하지만 장기 유행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서울 시내의 한 탕후루 매장에 진열된 탕후루 / 사진=뉴스1

최근 식품업계의 신제품 경쟁은 과거와 성격이 다르다. 예전에는 오래 팔릴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신라면, 새우깡, 초코파이, 바나나맛우유처럼 한 번 자리를 잡은 브랜드를 수십 년 동안 키우는 방식이 식품 대기업의 경쟁력이었다. 지금은 SNS에서 뜬 맛을 얼마나 빨리 제품화하느냐가 신제품 경쟁의 기준처럼 됐다.

카카오톡, 엑스(x) 캡처


수십 년 된 장수 브랜드를 보유한 식품 대기업들까지 SNS 디저트 유행을 좇으면서 업계의 신제품 기획력이 단기 트렌드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장수 브랜드를 만들던 회사들이 오히려 3개월짜리 유행을 따라가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제품 개발의 중심이 맛의 완성도보다 출시 속도와 검색 키워드에 쏠렸다는 지적이다.

이런 흐름은 유통 채널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편의점과 대형마트, 온라인몰은 매주 새로운 상품을 요구한다. 매대에서 소비자의 눈길을 끌려면 익숙한 제품보다 낯선 이름과 강한 색감이 유리하다. 업체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장수 브랜드를 키우는 것보다 짧은 유행에 올라타 단기 매출을 만드는 유혹이 커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 반응도 예전과 달라졌다. 신기한 맛이라는 이유만으로 지갑을 여는 소비자는 여전히 있지만 재구매 문턱은 높아졌다. SNS에서 먼저 발견하고 직접 사 먹고 비교하고 실패담까지 공유한다. 기업이 “다음은 이것”이라고 외쳐도 소비자가 납득하지 않으면 유행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결국 ‘넥스트 두쫀쿠’를 찾는 시도는 상당 부분 공허하다. 두쫀쿠는 기획해서 만든 유행이라기보다 소비자 반응을 업체들이 뒤따라간 사례에 가깝다. 말차도 마찬가지다. 이미 존재하던 취향이 특정 시점에 다시 폭발했을 뿐이다. 반대로 기업이 먼저 ‘다음 유행’이라는 이름표를 붙인 제품은 대부분 오래가지 못했다.

식품업계의 과제는 새로운 맛을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다시 찾을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 색감과 이름만 바꾼 한정판은 클릭과 인증은 만들 수 있지만 충성 고객을 만들기는 어렵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유행을 너무 빨리 소진하면 소비자 피로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비슷한 맛과 색감의 제품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처음에는 재미로 소비되지만 곧 식상해진다”고 말했다.
권용훈의 트렌드워치는 유행의 표면보다 이면을 들여다봅니다. 소비자가 열광하는 이유와 기업이 놓치고 있는 문제를 함께 짚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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