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시진핑과 주고받은 말 농담 아니었네···인간 장기 배양 등 ‘항노화’에 39조원 쏟아붓다
2026.05.29 17:01
“장기는 끊임없이 교체될 수 있다. 오래 살수록 젊어지고, 심지어 불사(不死)에 이를 수 있다.”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건넨 말이다. 생중계 카메라에 우연히 포착된 이 발언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러시아가 39조원을 쏟아붓고 있는 국가 프로젝트의 목표와 연결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러시아가 푸틴 대통령의 방침에 따라 ‘신(新) 건강 보존 기술’ 개발 국가계획에 260억달러(약 39조원)를 투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계획을 2024년 2월 공개하면서, 이를 통해 개발한 항노화 기술로 2030년까지 17만5000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4월 러시아 정부는 세포 노화를 지연시키는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 중이라며 “노화와의 싸움에서 가장 유망한 방법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인간 이식용 장기를 만드는 방안도 연구 계획에 포함됐다. 생체 조직을 3D로 인쇄하는 ‘바이오프린팅’과 인간과 유전적으로 유사한 미니 돼지 체내에서 인간 장기를 배양하는 이종(異種) 장기이식 기술이다. 정부 기관과 협업하는 러시아 과학자들은 2030년까지 인간 장기 교체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인간 연골 조직과 쥐 갑상선을 바이오프린팅했다고 주장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인물은 두 사람이다. 국가 지원 유전학 프로그램을 감독하는 소아내분비과 전문의이자 푸틴 대통령의 장녀인 마리아 보론초바와 소련 시대 핵 연구소인 쿠르차토프 연구소장 물리학자 미하일 코발추크다. 코발추크는 “인체 부품을 무한정 수리·교체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별세한 노화 연구자 블라디미르 하빈손(1946~2024)도 생전 이 프로젝트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는 성경 구절(창세기 6장 3절)을 인용하며 인간이 최대 120년까지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접근법에도 열린 태도를 보여왔다. 2018년 크렘린궁에서 제바스티안 쿠르츠 당시 오스트리아 총리를 만났을 때 영하 110도까지 내려가는 냉동치료법의 장점을 열성적으로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부를 매우 낮은 온도에 노출시키는 냉동치료법은 사마귀 등 국소적 피부질환 치료에는 널리 쓰이고 단기적 통증 완화나 혈액순환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전반적 노화 방지나 수명 연장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이 크렘린궁 거처에 저온냉동실을 두고 있다는 점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러시아 바이오프린팅 분야 선구자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를 떠난 알렉산드르 오스트로프스키는 “주요 국제학술지에 검증된 논문 성과가 없다면 실질적 결과도 없는 것”이라며 “연구자들이 자금을 확보하려고 푸틴이 듣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크렘린궁 공보실은 WSJ에 “러시아연방에서는 이 분야의 과학 프로그램에 대한 작업이 진행 중이며, 많은 과학·연구 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성인 남성의 평균 기대수명은 현재 68세로 미국(76세)이나 서유럽(80세 이상)을 크게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9041837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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