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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이란 전쟁을 멈춰야 하는 이유

2026.05.30 12:14

트럼프의 덫, 허망한 전쟁의 부메랑… 독단적 경선 개입이 부른 조기 레임덕과 전쟁 장기화에 따른 손익계산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26년 5월27일 백악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2026년 5월26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에서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 후보 경선 결선투표가 치러졌다. 3월 경선에서 41.9%를 득표한 존 코닌 현역 의원과 40.7%를 득표한 켄 팩스턴 텍사스주 법무장관이 맞붙었다. 판사 출신으로 텍사스주 법무장관을 지낸 코닌 의원은 2002년 연방 상원에 진출해 내리 4선을 한 공화당 중진이다. 팩스턴 장관은 텍사스 주의회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결과는 일방적이었다. 코닌 의원의 득표율은 36%에 그쳤다. 팩스턴 장관은 64%를 득표했다. 미국 50개주에서 각 2명씩 선출되는 임기 6년의 현역 상원의원이 당내 경선에서 참패하는 건 이례적이다. 더 이례적인 일이 5월16일 루이지애나주에서도 벌어졌다. 빌 캐시디 재선 상원의원이 공화당 후보 경선 1차투표에서 24.8%의 득표율로 결선 진출에 실패한 게다. 6월27일 열릴 결선투표에선 줄리아 레틀로 연방 하원의원(44.8%)과 존 플레밍 주 재무장관(28.3%)이 맞붙는다.

 

트럼프가 지운 현역 의원들


 

코닌 의원과 캐시디 의원은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 모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축복’을 얻지 못했다. 코닌 의원은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 선거’ 주장에도 의회의 대선 결과 인증 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20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코닌 의원은 좋은 사람이지만, 내가 어려움을 겪을 때 나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지 않았다. 미국 우선주의 애국자인 팩스턴 장관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에 한결같이 충성한 인물”이라고 썼다.

캐시디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도전에 반대했다. 그는 2021년 1월6일 마가 진영의 의사당 난입 사태 관련 트럼프 대통령 탄핵 투표 때도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내 경선이 본격화하기도 전인 2026년 1월18일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존경받는 미국 우선주의자이자 떠오르는 스타 정치인 줄리아 레틀로 의원은 갈수록 빛이 난다. 레틀로 의원이 상원 진출에 도전한다면 내 전폭적인 지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코닌·캐시디 두 현역 상원의원의 경선 탈락은 공화당이 여전히 ‘트럼프의 당’임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누구도 2회를 초과해 대통령직에 선출될 수 없다. 타인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임기 중 2년을 초과해 대통령직에 있었거나 대통령 직무를 대행한 자는 1회만 대통령직에 당선될 수 있다.” 1947년 통과된 미국 수정헌법 제22조는 대통령의 임기를 재선까지로 못박았다. 재선에 성공한 미국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 중간선거를 치르고 나면 ‘레임덕’이 되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떨까?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5월27일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책이 아닌 개인적인 이유로 자신에게 대항하고 있다고 여기는 정치인을 한 명씩 제거하고 있다. 문제는 공화당 내 경선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들의 임기가 7개월여나 남았다는 점이다.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 가능성을 짚은 셈이다.

2026년 5월26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시민들이 반미 벽화가 그려진 거리를 지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마가 축복의 역설


 

이른바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에 반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난 톰 틸리스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주)은 2025년 말 일찌감치 3선 도전 포기를 선언한 뒤 정권을 겨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를테면 틸리스 의원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사법의 무기화’로 인한 피해자를 지원하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17억7600만달러(약 2조6천억원) 규모로 조성을 추진 중인 이른바 ‘반무기화 기금’을 앞장서 비판하고 있다. 2021년 1월 의사당 난입 사건 가담자도 이 기금의 수혜 대상자가 될 수 있어서다. 틸리스 의원은 “범법자를 세금으로 지원하겠다는 건 멍청하기 짝이 없는 일”이라며 “의사당에 난입한 자들은 보상받을 게 아니라 감옥에서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시디 의원의 태도도 달라지고 있다. 그의 경선 탈락 이틀 뒤인 5월18일 상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전쟁 중단을 목표로 한 ‘전쟁권한법’ 결의안 표결이 진행됐다. 캐시디 의원은 이란 전쟁에 비판적이면서도, 앞선 표결에선 당론에 따라 반대표를 던져왔다. 이번엔 찬성표를 던졌다. 캐시디 의원과 함께 랜드 폴, 수전 콜린스, 리사 머카우스키 의원 등도 찬성 쪽에 가담했다. 결의안은 찬성 50 대 반대 47로 통과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그만이지만, 공화당이 53 대 47로 우세인 상원에서 결의안이 통과된 것 자체가 불러온 정치적 파장은 만만찮다.

눈여겨볼 대목이 하나 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경선 개입’으로 공화당의 본선 경쟁력이 떨어지리라는 우려가 당내에서 번지고 있다. 대표적 공화당 강세 지역인 텍사스주 판세가 흔들리는 게 단적인 사례다. 2024년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은 텍사스에서 56.1%를 득표하며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를 압도했다. 하지만 코닌 의원의 경선 탈락 직후 정치 전문매체 '쿡 폴리티컬 리포트’는 텍사스를 공화당 우세 지역에서 경합 지역으로 재분류했다.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후보로 확정된 팩스턴 장관의 ‘개인 리스크'다. 그는 간통을 저지른 탓에 이혼당했고, 2023년엔 뇌물수수 등의 의혹에 휩싸여 주의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둘째, 선거자금 문제다. 지역 정치권에서만 활동한 팩스턴 장관은 경선 때도 턱없이 부족한 자금력 탓에 애먹어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애초 경선에도 나서지 못했으리란 게 중론이다.

무엇보다 60대인 팩스턴 장관의 본선 경쟁자인 30대 정치 신예 제임스 탤러리코 민주당 후보의 약진이 부담이다. 현역 주 하원의원인 탤러리코 후보는 의정 활동을 하며 신학 석사학위까지 받은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그는 ‘사회적 정의를 위한 교회의 역할’을 강조한다. 그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 “성소수자가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지 않는다. 불법이민자가 교육 재정을 축내지 않는다. 무슬림이 세금을 낮추지 않는다. 이 모두 억만장자와 그들의 허수아비인 부패한 정치인이 저지른 일”이라고 강조했다. 1993년 밥 크루거 의원 은퇴 이후 텍사스주에선 민주당 출신 연방 상원의원을 단 1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민주당 진보파가 탤러리코 후보 당선을 위해 자금과 인력 지원에 대대적으로 나선 이유다.

 

텍사스마저 경합지로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물가 급등세 속에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극우 성향의 폭스뉴스가 5월20일 공개한 최신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4월 조사 때보다 3%포인트 빠진 39%에 그쳤다. 공화당 내부 여론도 악화일로다. 공화당 평균 지지율은 80%를 기록했지만, 비‘마가’ 공화당원의 지지율은 54%까지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백인과 농촌 지역 공화당원의 지지율도 각각 43%까지 낮아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부정 여론은 71%까지 치솟았다. 1년 전 같은 조사에선 54%였다. 유가 등 생활물가는 급등하는데 “4~6주면 충분하다”던 이란 전쟁은 석 달이 돼서도 끝날 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 추락의 최대 이유다.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다. 다만 이란이 우리한테 줘야 할 것을 주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26일 백악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란과 추진 중인 종전협상에 대해 말했다. 미군은 5월25일 이란 남부 지역의 미사일 발사대와 기뢰부설함 등을 공습했다. 4월7일 휴전 발효 이후 이란 본토를 겨냥한 첫 공습이다. 미군 쪽은 5월27일에도 호르무즈해협 인근 이란 군사시설을 공습하고 무인기(드론) 4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5월28일 미군이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 항구 인근을 공습하자, 이란 쪽은 “걸프 지역 미군 공군기지 한 곳을 보복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긴장감이 높아졌다.

2025년 5월25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왼쪽)가 시진핑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파키스탄을 통한 미국-이란 간 협상은 계속된다. 이란 핵개발과 호르무즈해협 개방, 전쟁피해 배상, 제재와 동결자산 해제 등을 둘러싼 이견은 어떻게 좁힐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정상회담을 전후로 한 중국 쪽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협상의 중재자 격인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5월23~26일 중국을 방문했다. 샤리프 총리는 양국 수교 75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저장성 항저우 등을 방문했다. 두 나라는 5월26일 18개 항목에 이르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란’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는데, 15번째 항목에 이렇게 적혀 있다. “ 파키스탄은 중동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촉진하기 위한 시진핑 주석의 네 가지 주장을 지지한다. 중국은 파키스탄이 미국과 이란 간 임시휴전을 성사시킨 이슬라마바드 회담을 주최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 양쪽은 걸프 및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기 위한 다섯 가지 제안을 재확인하며,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조속히 회복하는 데 계속해서 적극적으로 기여할 의향이 있음을 밝힌다. ”

 

허망한 전쟁을 멈출 유일한 길


 

시 주석의 ‘네 가지 주장’은 △평화 공존 △국가주권 보장 △국제법 준수 △발전과 안보 통합이다. ‘다섯 가지 제안’은 △적대 행위 중단 △평화회담 추진 △비군사적 목표물 안전 확보 △항로 안전 확보 △유엔 헌장 준수다. 중국은 호르무즈해협 문제와 관련해 “해협이 막힌 것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불법적인 군사행동 탓”이란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5월13~15일)에 앞서 5월6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이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했다. 당시 왕 부장은 “중국은 이란이 국가 주권과 안전을 수호하는 것을 지지한다. 중국은 이란의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높이 평가하며, 평화적으로 핵에너지를 이용할 정당한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란과 미국 사이에 파키스탄이 있다. 이란과 파키스탄의 배후에 중국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족’을 모른다. 이란은 ‘줄 수 있는 것’만 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전 초기부터 이란 전쟁을 “엄청난 성공”으로 규정했다. 싸워서 이겨 이미 공이 높다. 만족함을 알고 그쳐야 한다. 허망한 전쟁을 멈출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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