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돔은 병뚜껑까지 분리… '종합 쓰레기 산' 잠실과 달랐다
2026.05.30 10:00
도쿄돔, 잘 짜인 가구 같은 분리수거대
타는 것·안 타는 것 등 분리배출 세분화
서울은 경기 후 사실상 분리배출 '포기'
폐기물 처리, 새벽까지 꼬박 8시간 소요
“여기는 타는 쓰레기입니다. 병뚜껑은 따로 넣어주세요.”
일본 프로야구(NPB) 요미우리와 야쿠르트의 ‘도쿄 더비’가 열린 5일 일본 야구의 ‘심장’ 도쿄돔. 경기장 관중석 통로엔 마치 ‘작은 분리수거장’이 들어서 있는 듯했다. 분리수거대는 단순한 쓰레기통이 아니라 잘 설계된 가구처럼 보였고 △타는 쓰레기와 타지 않는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 △플라스틱 컵 △얼음 및 음료 폐기물 그리고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병과 △병뚜껑 분리수거 칸까지 별도로 마련돼 있었다. '도쿄돔 시티' 유니폼을 입은 관리 요원들은 분리수거대를 계속 주시하며 수시로 가득 찬 수거함을 빠르게 비워냈다.
눈에 잘 띄는 분리수거 항목, 영문 표기도
도쿄돔의 분리배출 풍경은 국내 야구장과는 사뭇 달랐다. 관중들은 이미 분리배출 방식이 완전히 몸에 밴 듯 움직였다. 일반폐기물은 비닐봉지에 담아 버리되, 타는 것과 타지 않는 것을 1차로 구분한 뒤 수거함에 넣었다. 아예 PET병과 뚜껑을 양손에 따로 쥐고 와 각각 분리배출하는 모습도 자연스러웠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직관적인 안내 체계였다. 분리수거대 항목은 수거함 상단에 큼지막하게 표시돼 있었고, 일본어뿐 아니라 영어 안내 문구도 함께 적혀 있어 외국인 관람객들도 어려움 없이 분리수거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일본인 친구와 함께 도쿄돔을 찾았다는 한 캐나다 여성 관중은 “메이저리그 경기장에서도 이렇게까지 세분화된 경우는 드문 것 같다”며 흥미로운 듯 연신 분리수거대 사진을 찍었다. 경기 후에도 관중석엔 쓰레기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일부 관중은 자신이 만든 쓰레기를 경기장 밖으로 직접 들고 나가기도 했다. 도쿄돔은 그렇게 ‘폐기물과의 전쟁’을 질서와 시스템으로 지혜롭게 관리하고 있었다.
잠실은 경기 종료 후 '쓰레기 산' 해체부터
약 열흘 뒤인 16일 찾은 서울 잠실구장의 풍경은 달랐다. 이곳에도 관리 요원이 있었지만, 역할엔 차이가 컸다. 도쿄돔 요원들이 분리된 폐기물을 정리하고 수거함 포화를 막는 데 집중했다면, 잠실구장 요원들은 일반쓰레기 봉투 속에서 재활용품을 다시 꺼내 분류하는 작업에 매달리고 있었다. 일반쓰레기통과 플라스틱 분리수거함 사이에 뒤섞여 버려진 다회용기를 따로 수거하는 일도 이들의 몫이었다.
경기가 끝나자 2만3,000여 명의 관중이 한꺼번에 빠져나왔다. 이미 포화 상태가 된 분리수거함 앞에서 관중들의 손은 아예 갈 곳을 잃었다. 결국 재활용품과 일반쓰레기는 분리수거함 주변에 뒤섞여 쌓였고, 일부 다회용기 수거함은 닫혀 있어 관중들이 수거함을 찾아 헤매는 모습도 보였다.
잠실의 ‘폐기물과의 전쟁’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관중이 모두 빠져나간 뒤 여성 9명, 남성 4명의 청소노동자가 경기장 안으로 들어왔다. 이들은 ‘일반 쓰레기’로 버려진 ‘종합 쓰레기’를 일일이 손으로 다시 분류했다. 노동자들이 꼽은 가장 큰 골칫거리는 치킨과 족발뼈. 일회용 용기에 남은 각종 국물이 노동자들의 바지와 무릎을 적시는 일은 다반사라고 했다. 폐기물 처리 업무를 맡은 B업체 관계자는 “밤 10시에 출근, 새벽 6시까지 쉬지 않고 작업해야 겨우 다음 날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상태로 만든다”고 말했다. 경기는 4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지만, 경기장이 남긴 쓰레기를 정리하는 데는 꼬박 8시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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