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잠실 관중 37% 늘 때 쓰레기 132% 폭증… '자발적 협약' 잊은 KBO리그
2026.05.30 04:30
KBO리그 폐기물 발생량 연간 수치 분석
2023년 자발적 협약 후에도 폐기물 증가
구단은 "외부 반입 음식 늘어" 무방비 상태
‘1,200만 관중 시대’의 화려한 흥행 뒤편에선 또 다른 기록이 쌓이고 있었다. 프로야구 경기장을 가득 메운 응원 열기보다 버려지는 쓰레기가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야구장에서 쏟아지는 폐기물 상당량이 지방으로 실려 가 처리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선 위기의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국일보가 환경의 날(6월 5일)을 앞두고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의뢰,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제출받은 ‘연간 일반폐기물 발생량’ 자료를 분석한 결과, 프로야구 경기장 내 폐기물 증가 속도는 관중 증가 폭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 최고 흥행 산업으로 성장한 KBO리그가 환경 문제에 대해선 사실상 제자리걸음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 야구장, 3년 새 폐기물 66.2% 급증
대표적인 사례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관중이 몰리는 잠실구장(LG·두산 공동 사용)이었다. 잠실구장의 일반폐기물 발생량은 2023년 214.44톤에서 지난해 497.94톤으로 무려 132.2% 늘었다. 같은 기간 정규시즌 관중은 약 36.9%(217만2,199명→297만2,890명)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관중 증가율보다 폐기물 증가율이 네 배 가까이 높았던 셈이다.
전국 단위로 봐도 상황은 비슷했다. 잠실을 포함한 총 9개 구장의 정규시즌 관중은 같은 기간 52.3%(802만9,537명→1,223만565명) 늘었지만, 일반폐기물 총량은 66.2%(2,070.47톤→3,441.19톤) 증가했다. 야구장 흥행이 쓰레기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구단별로 보면, 최근 3년간 폐기물 발생량이 줄어든 곳은 서울 고척스카이돔(키움)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KIA)뿐이었다. 반면, 대구 삼성라이온즈 파크(삼성)는 94.94%(578.54톤→1,127.82톤)나 증가했고, 부산 사직구장(롯데) 역시 61.24%(254.87톤→410.94톤) 늘었다. 특히 하루 평균 2만 명 이상 몰리는 인기 구장일수록 폐기물 증가세도 두드러졌다.
문제는 이런 증가세가 이미 예고된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KBO와 10개 구단은 2023년 기후에너지환경부(옛 환경부)와 ‘일회용품 없는 야구장 조성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체결하고, 일회용품 감축, 다회용기 확대 등 5대 이행 사항을 약속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팬 주도로 이뤄진 막대풍선 응원 근절, 일부 지방자치단체 사업 형태의 다회용기 도입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변화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공급사 로고 노출" 일회용 맥주컵 판치는 야구장
16일 찾은 서울 잠실구장은 협약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일부 매장에서는 서울시가 2024년 공급한 다회용기에 음식과 음료를 담아 판매하고 있었지만, 정작 판매 비중이 가장 큰 생맥주는 여전히 재활용이 어려운 코팅 종이컵에 담겨 제공되고 있었다. 경기장 안팎의 매장 대부분에서도 일회용기 사용은 별다른 제한 없이 이뤄졌다.
한 구단 관계자는 "맥주컵의 경우 계약 관계상 브랜드 로고 노출이 필요해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다"며 "다른 구장들도 대부분 비슷한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등 해외 스포츠 경기장에선 생맥주 다회용 맥주컵 사용이 이미 보편화됐지만, 국내에선 광고 노출이 우선시되면서 일회용 컵 사용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일부 매장은 경기 초반 다회용기를 쓰다가도, 7회 이후부터 다시 일회용기로 전환하는 등 운영 기준도 제각각이었다. 경기 막판엔 다회용기 수거가 쉽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방 구장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일 찾은 광주에선 경기 종료 후 분리수거 공간 주변에 각종 쓰레기가 뒤섞여 있었고, 경기장 반입이 금지된 병맥주까지 버려져 있었다. 인천에선 다회용기가 일반 플라스틱 분리수거함에 함께 버려진 모습이 반복됐고, 고척스카이돔에도 인근 매장에서 제공하는 보냉팩 등 외부 음식 포장재가 곳곳에 방치돼 있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최근 젊은 관중이 늘면서 경기 중 식음료 소비가 크게 늘었고, 외부 음식 반입도 많아지면서 쓰레기 배출량도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구장 폐기물, 광주구장의 50배?
KBO 차원의 관리 체계 부재도 아쉬운 대목이다. KBO 관계자는 “연간 전체 쓰레기 발생량을 별도로 취합하고 있지 않는다”면서 “쓰레기 감소를 위해 KBO 차원에서 별도로 편성된 예산도 없다”고 밝혔다. 또 2023년 기후부와의 협약에 따라, 각 구단은 매년 일회용품 사용량과 다회용기 도입 현황 등을 조사해 제출하고 있지만, 해당 자료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일반폐기물 집계 기준도 들쭉날쭉했다. 실제 구단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구구장의 폐기물 발생량은 광주의 약 50배 수준으로 집계되는 등 구단별 산정 방식에 큰 차이가 나타났다. 이학영 민주당 의원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만큼 폐기물 발생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아직도 KBO 및 구단의 폐기물 처리 지침조차 명확하지 않은 점은 큰 문제"라면서 "3년 전 약속했던 '자발적 협약'이후 무엇이 달라졌는지 의문이며, 이제 각 구단도 환경책임 이행에 동참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동이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도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프로야구단이 많은 관중과 경기 수를 기반으로 적지 않은 수익을 내고 있지만, 폐기물 관리 책임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며 "외부 음식 반입 과정에서도 가급적 다회용기를 활용하도록 공지하는 등 경기장 전체 차원의 쓰레기 감축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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