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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시총 7%차 추격… 하이닉스, 삼전의 왕좌 넘본다

2026.05.30 00:54

삼성전자 20여년 독주에 도전장
2026년 5월 29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사 딜링룸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장경식 기자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독주해온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라는 강력한 도전자와 마주하게 됐다. SK하이닉스는 몇 년 전만 해도 삼성바이오로직스,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 등과 2~5위권 경쟁을 벌여왔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인공지능(AI)발 메모리 반도체 수퍼사이클(초호황)의 최대 수혜주로 부상하면서 주가가 급등세를 타며 이제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이맘때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절반도 안 되던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비율은 지난 28일 삼성전자의 93% 수준까지 치솟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조만간 국내 시가총액 1위가 바뀔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싸움이 흥미롭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앞서 28일 삼성전자 주가가 2.44% 하락하고 SK하이닉스는 2.05% 오르면서 두 회사의 시가총액 차이는 119조5847억원으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좁혀졌다. 하지만 29일엔 삼성전자가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7세대 제품인 HBM4E의 샘플 출하를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는 소식에 5.84% 상승하고, SK하이닉스는 1.92% 오르는 데 그쳐 시가총액 격차가 190조원 수준으로 다시 늘었다.

그런데 올해 초만 해도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약 760조원, SK하이닉스는 약 493조원으로 250조원 이상 차이가 났다. 작년 이맘때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삼성전자의 46.5%에 불과했지만, 올 초 64.8%에서 28일에는 93.2%까지 상승했다.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등하며 시가총액 차이를 빠르게 줄인 것이다. 연초 이후 주가 상승률은 SK하이닉스가 258.4%, 삼성전자는 164.4%였다.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HBM 시장을 선도하며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외에도 모바일·가전 등 다양한 사업 부문을 보유하고 있어 반도체 업황 개선 효과가 상대적으로 분산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픽=양인성


최근 개인 투자자들도 SK하이닉스로 쏠리는 분위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28일 개인 투자자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 1위 종목은 SK하이닉스로, 개인들은 14조769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2위는 10조9392억원인 삼성전자로 SK하이닉스와 약 4조원 차이가 났다.

앞서 27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이나 하락에 2배 베팅할 수 있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나왔을 때도 투자자 관심과 자금은 SK하이닉스에 더 많이 몰렸다. 전체 첫날 투자 유입액 약 2조원 중 70% 수준인 약 1조4000억원이 SK하이닉스 관련 상품으로 유입됐고, 삼성전자 관련 상품에는 약 6120억원이 들어왔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수퍼사이클 국면에서 다양한 사업 부문을 가진 삼성전자보다는 메모리 반도체 비율이 높은 SK하이닉스가 더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반면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사업에 집중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며 “반도체 수출 호황이 지속된다는 기대가 큰 만큼 향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간 시가총액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업황이 좋을 때는 하이닉스가 더 큰 탄력을 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두 종목이 같은 산업 사이클을 공유하며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며 “일시적으로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삼성전자를 넘어서도 그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이 삼성전자를 추월하는 순간이 강세장 종료의 신호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삼성전자를 추월하는 경우엔 이익 증가를 기반으로 한 지금의 강세장이 끝나는 시그널이 될 수 있다”며 “2000년 테크 버블(거품)의 종료는 주가 과열로 시가총액 1위 기업만 바뀐 상황에서 나타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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