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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스토리] '우지 파동' 눈물 닦은 삼양 김정수의 '불닭'

2026.05.30 06:01

전업 주부서 입사 28년 만 회장 승진…글로벌 영토 확장·헬스케어 본격화C스토리는 최고경영자(CEO)부터 최고기술책임자(CTO),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창의력책임자(CCO), 최고안전책임자(CSO), 최고정보책임자(CIO) 등 기업의 'C레벨 이야기'를 다룹니다. 기업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영입 배경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C레벨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불닭소스 부스를 찾는 김정수 부회장. [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디지털데일리 유채리 기자] "처음엔 만든 나도 못 먹을 정도로 매웠지만 반복하니 맛있어졌다. 도전은 익숙해지는 과정이다."

전업주부로 살다 회사 위기에 경영 일선에 뛰어든 지 28년.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6월1일자로 회장에 오른다. 불닭볶음면을 바탕으로 삼양식품을 매출 2조원대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장본인이 보다 본격적으로 기업을 진두지휘한다.

삼양식품은 우리나라에 '라면'이라는 식품 카테고리를 보급한 기업이다. 그러나 지난 1985년 농심에 업계 1위를 내준 데 이어 1989년 '우지 파동'으로 시장 점유율이 20%까지 추락했고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까지 겹치며 존폐의 기로에 섰다.

김 부회장은 그 시기 경영 일선에 뛰어들었다. 당시 삼양식품은 우지 파동 이후 장기화된 실적 악화와 외환위기의 파고가 겹치며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고 있었다. 이에 시아버지인 전중윤 명예회장은 김 부회장에게 입사를 권유했다.

최근 삼양식품 숏폼 콘텐츠에 출연한 김 부회장은 자신이 만든 라면을 대접하고 싶은 사람으로 시부모님을 꼽으며 "우지라면에 대해 항상 가슴 아파하시고 아쉬워하셨다"며 "제가 끓인, 우리 임직원들이 만든 라면이니까 편안하게 드시라고 하고 싶다"고 말끝을 흐렸다.

그의 경영 궤적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난 2018년 김 부회장은 남편 전인장 전 회장과 함께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약 49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으로 2019년 1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으며, 2020년 3월 취업제한 조치를 받았다.

다만 법무부는 글로벌 사업을 이끌어온 그의 능력을 감안해 같은 해 10월 취업 승인을 내렸다. 김 부회장은 7개월 만에 회사로 돌아왔으며 이후 2023년 광복절 특별 사면으로 복권됐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사진=삼양식품]


◆ 명동 찜닭집 줄에서 시작해 90억개 판매 돌파

불닭볶음면은 김 부회장의 관찰에서 출발했다. 2011년 김 부회장은 당시 고등학생이던 딸과 서울 명동 거리를 걷다가 한 매운 찜닭집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목격했다. 땀을 흘리면서도 매운맛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보며 '이 정도로 매운 라면은 아직 없다. 세상에 없던 제품을 만들어보자'는 판단을 내렸다.

이후 그는 동네 슈퍼마켓에서 매운 소스들을 사 연구소로 보내며 "라면에서 낼 수 있는 가장 매운맛을 찾아내라"고 지시했다. 당시 국물 있는 빨간 라면이 주류였던 시장에서 볶음면 형태의 극단적 매운맛은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내부 의견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2006년부터 신제품 위원회를 직접 주도해온 김 부회장은 개발을 밀어붙였다.

약 1년 여의 개발 기간 동안 소스 2t과 닭 1200마리가 사용됐다. 우여곡절 끝에 2012년 출시된 불닭볶음면은 초반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수준의 매운맛이 아니다"라는 혹평을 받았다. 그러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등을 타고 '불닭 챌린지'가 확산되며 반전을 이뤄냈다.

지난해 누적 판매량 90억개를 달성했고 올해는 100억개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삼양식품의 매출은 2조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률 역시 10%에서 22%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외국인이 불닭볶음면 제품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 "불닭, 하나의 글로벌 기준으로"…다음 목표는

지난 12일 이사회에서 회장 승진이 결의된 후 김 부회장은 사내 게시글을 통해 "불닭이 100여개국에서 판매되지만 직접 손에 잡히는 시장은 아직 여섯 국가"라며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하나의 기준을 만들되 각 지역의 언어와 문화를 통해 소비자에게 정교하게 닿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글로벌 인스턴트 라면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559억 달러 규모로, 2033년에는 84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삼양식품은 닛신푸드, 인도푸드 등과 함께 시장의 키 플레이어로 꼽힌다.

김 부회장의 승진과 더불어 삼양식품은 글로벌 사업 확대에 더욱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회사는 사업 포트폴리오와 경영 범위가 확대되며 글로벌 시장 전반을 관리할 통합 리더십이 필요해졌다고 회장 선임 배경을 밝혔다.

글로벌 기반을 닦는 것 역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 2021년 중국·미국 판매 법인 설립에 이어 2024년 유럽 판매 법인 설립, 중국공장 증설, 밀양2공장 가동까지 속도를 내고 있으며 중국 현지 공장도 내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사업 확장도 본격화됐다. 삼양식품은 최근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스핀들(Spindle)'을 론칭하며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했다. 식품 산업을 선도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스핀들 브랜드를 통해 건강기능식품 영역에서도 건강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김 부회장은 "식족평천하(食足平天下)는 지금도 우리의 뿌리이지만, 이제 그 철학을 실현하는 방식이 더 확장됐다"며 "먹는 것으로 시작해 살아가는 방식 전체로 뻗어나가는 것이 삼양의 다음 그림"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 세계 소비자의 일상과 그들의 건강한 삶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브랜드를 계속 만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삼양식품 측은 "김 회장의 리더십 아래 글로벌 사업 경쟁력과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공고히 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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