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하늘이 막혀도, 모리셔스는 사통팔달
2026.05.30 06:16
여행에 있어 하늘이 무너져도 쏫아날 구멍은 모리셔스(Mauritius)다.
이란 전쟁 여파로 두바이 경유 항공편이 흔들리는 가운데, 인도양의 섬 모리셔스로 향하는 허니문 예약은 줄지 않는다.
국내 허니문 송출 1위 여행사 팜투어의 권일호 대표는 “전쟁 발발 이후에도 모리셔스 문의는 한 달 평균 50쌍을 넘는다”고 밝혔다. 두바이 경유 문제를 들어 목적지 변경을 검토하는 예비 신혼부부가 늘어난 시점에, 모리셔스 수요는 오히려 반등 국면에 있다.
두바이를 건너뛰는 법은 이미 있다
모리셔스는 한국에서 직항이 없다. 이 때문에 중동 불안 초기에 “두바이 경유 목적지”로 묶여 기피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모리셔스로 가는 항공 루트는 두바이 하나가 아니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대안은 말레이시아항공을 이용한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 경유 루트다. 인천에서 쿠알라룸푸르까지 약 6시간 30분, 쿠알라룸푸르에서 모리셔스까지 약 7시간으로 총 비행시간은 경유 대기를 포함해 16~18시간 안팎이다. 싱가포르항공을 이용한 싱가포르 경유, 카타르항공을 이용한 도하 경유, 캐세이퍼시픽으로 홍콩을 거치는 루트도 가능하다. 권 대표는 “중동 하늘이 불안해질수록 동남아 경유를 먼저 제안한다”며 “말레이시아 경유는 가격과 접근성 두 측면에서 현재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5성급 호텔이 다른 나라보다 싸다
모리셔스 수요가 전쟁 악재에도 버티는 더 근본적인 이유는 가격이다. 모리셔스는 몰디브와 함께 인도양 럭셔리 허니문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지만, 현지 호텔 가격은 몰디브보다 낮다.
웨스틴 터틀 베이 리조트(Westin Turtle Bay Resort & Spa), 르 메르디앙 일레 모리스(Le Méridien Ile Maurice) 같은 국제 5성급 브랜드 호텔도 타 리조트 허니문 목적지와 비교하면 단가 차이가 뚜렷하다. 팜투어 예약 1위 상품도 웨스틴 리조트 4박 상품이다. 이 상품에는 가이드·점심·차량이 포함된 섬 일주 투어가 기본으로 포함된다.
모리셔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9월까지 모리셔스를 찾은 관광객은 100만 8,098명으로 전년 동기 97만 1,800명 대비 3.7% 늘었다. 같은 기간 인도양 주요 섬 가운데 몰디브는 9.2%, 세이셸은 11.3% 증가했고 모리셔스도 3.7% 성장하며 안정적 흐름을 이어갔다. 전쟁 충격이 본격화된 이후에도 모리셔스 방문객이 줄지 않았다는 뜻이다.
‘아프리카의 싱가포르’라는 별명의 의미
모리셔스는 아프리카 동부 인도양 남서쪽에 위치한 섬나라다. 인구 약 130만 명의 작은 나라지만 주변 아프리카 국가와는 정치·경제·치안 수준에서 차이가 크다. 프랑스와 영국의 식민 지배를 거친 독특한 복합 문화와 높은 교육 수준이 결합해 ‘아프리카의 싱가포르’라는 별명을 얻은 나라다.
어떤 강대국과도 군사 동맹을 맺지 않으며, 이번 중동 분쟁과는 지리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거리가 멀다. 허니문 여행자에게 치안과 중립성은 목적지 선택의 중요한 변수다. 중동 전쟁 발발 이후 두바이·유럽으로 향하던 수요 일부가 모리셔스로 흘러드는 배경에는 이 안전 인식이 있다.
섬 하나를 차로 5시간이면 다 돌 수 있다
모리셔스는 제주도보다 약간 큰 섬이다. 차로 섬 한 바퀴를 도는 데 5시간이면 충분하다. 주요 관광지는 북서부에 집중돼 있어 이동 동선이 단순하다. 리조트에서 블랙리버 고지(Black River Gorges)의 차마렐 폭포, 시우사구르 람굴람(Sir Seewoosagur Ramgoolam) 식물원, 동부 일로셰프(Île aux Cerfs) 섬의 에메랄드 해변까지 하루 단위로 동선을 짤 수 있다.
권일호 팜투어 대표는 “몰디브가 리조트 안에 머무는 여행이라면 모리셔스는 리조트 밖에서도 즐길 거리가 많은 여행지”라며 “같은 인도양 허니문이지만 경험의 종류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허니문 수요, 저물지 않는다
전쟁과 유가 급등, 고환율이라는 세 가지 악재가 겹쳤음에도 모리셔스 허니문 문의는 줄지 않는다. 팜투어 데이터상 2025년 한 해 약 2만 쌍의 허니문 커플 가운데 모리셔스를 선택한 비율은 틈새 수요에서 꾸준한 수요로 자리를 굳혔다.
항공 루트 다변화로 중동 경유 의존도가 낮아졌고, 5성급 호텔의 가격 경쟁력은 여전히 유지된다. 모리셔스의 반등은 지정학적 불안이 만들어낸 우연이 아니라, 가격·안전·다양성이라는 세 조건이 맞물린 결과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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