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레이 보고 “폐암 5㎜”…의사도 3년 놓친 암 찾아낸 비결
2026.05.30 06:00
54세 남성 A씨는 2013년 건강검진에서 흉부 X선을 찍었다. 결과는 정상. 이듬해 검진받을 때쯤, A씨는 가끔 마른기침이 나오기도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X선 결과 역시 정상이었다. A씨는 2016년 폐암 진단을 받았다.
진실은 이렇다. 암은 3년 전에 이미 시작됐다. 다만 의사의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훗날 같은 X선을 루닛의 암 진단 AI ‘인사이트’에 돌리자 2013년 영상 폐 우측 하단에서 희미한 음영이 포착됐다. AI가 암일 가능성을 수치로 나타낸 값, 즉 AI 스코어는 16.7%였다. 이듬해 같은 자리의 음영은 더 짙어져 있었다. AI 스코어 43.1%, 암은 거기 있었다.
AI는 어떻게 인간이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을까.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만난 유동근 루닛 CAIO는 “5㎜ 폐암을 X선으로 잡아내려면 인간의 눈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AI는 데이터의 정확한 숫자 값을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학습만 잘 시켜준다면 아주 작은 밝기 차이나 미세한 패턴도 잘 인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0년 루닛의 자체 진행 연구에 따르면 흉부 X선 판독에서 AI 단독의 정확도(ROC AUC)는 0.95로, 의사 단독(0.82)보다 높게 나왔다. ROC AUC는 암 환자와 정상인을 얼마나 정확하게 구별하는지를 0~1 사이 값으로 나타낸 수치로, 1에 가까울수록 정확하다. 유방촬영술에서도 AI 단독의 정확도는 0.95로, 의사 단독(0.81)을 웃돌았다.
의료계에서 AI의 역할은 넓어지고 있다. 루닛의 치료 예측 AI ‘스코프’는 항암제에 반응할 환자를 미리 추려낸다. 같은 폐암이라도 모든 환자에게 같은 약이 듣지 않는데, 스코프는 100명 중 반응할 것 같은 20명을 골라내는 역할을 한다.
AI 시대 병원이 달라지고 있다. 응급실에서 진단을 보조하고, 인간 의사가 놓친 암을 잡아내고, 신약 개발까지 손을 뻗는다. 유 CAIO는 “진단 분야에서 AI가 인간 의사를 앞지른 건 현재 기술 수준에서 다툼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의료 특화 AI는 어떻게 학습했길래, 의사의 영역에 성큼 들어갈 수 있었을까. AI는 의사를 대체할 수 있을까. 챗GPT에 물어보는 것과 의료 AI에 물어보는 것은 뭐가 다를까. 진단부터 신약 개발까지, 의료의 전 과정을 AI가 보조하는 K의료 에이전트 시스템을 만들어지면, 우리 삶은 어떻게 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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