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약품, 식량처럼 공공재 관점 접근을”
2026.05.30 00:48
필수의약품 공급망 위기
Q : 퇴방약 제도가 있음에도 왜 이렇게 공급이 불안정한가.
A : “원가가 오르면 이를 반영해 약값을 조금 올려주거나 보조금을 주며 제약사를 달래는 게 기존 관행인데, 이것만으론 한계가 뚜렷하다. 제약회사 입장에선 수익성이 낮다 보니 일부 보전을 받더라도 경영 상황에 따라 언제든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 또 퇴방약은 보건복지부, 필수의약품 안전 공급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소관으로 책임 주체가 나뉘어 있는 것도 문제다. 담당 부처를 명확히 정하고 통일된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
Q : 아티반 외에 공급 불안이 우려되는 약은.
A : “지난 한 해 전국 대형병원의 수급 현황을 일주일 단위로 점검했는데 공급이 어려운 의약품이 적을 때는 5~6개, 많을 때는 20개 가까이 됐다. 그중 상당수가 필수의약품이었다. 지방은 상황이 더 심각해 대형병원에서도 기본적인 약조차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지방은 의사 부족, 병원 부족에 응급의료 문제까지 겹쳐 있다 보니 의약품 부족이 상대적으로 덜 부각될 뿐이다.”
Q : 퇴방약의 단일 제조사 품목 비중이 높은 이유는 뭔가.
A : “정부가 특정 의약품 생산을 사실상 ‘권고’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단일 제조사 의존도가 높을수록 공급 중단 위험도 커진다는 점이다. 조사 결과 2021~2024년 퇴방약 공급 중단 사례는 70건이 넘었다. 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됐음에도 구할 수 없는 약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Q : 퇴방약 중에는 20년 넘게 상한금액이 10원에 불과한 제품도 있는데.
A : “퇴방약은 원가 계산을 별도로 한다. 생산 원가에 관리비, 적정 이윤, 부가세 등을 더해 가격을 정한다. 소비자 입장에선 10원이 매우 적어 보일 수 있지만 실제 생산원가는 그보다 더 낮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격 구조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적으로도 오래된 제네릭(복제약)은 대체로 비슷한 가격 수준으로 유통된다.”
정부는 지난 3월 새로운 약가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지난해 개선안 준비 단계부터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이 부대표는 “이번 개선 방안에는 신약과 제네릭 약가 제도를 전면 개편하는 내용이 담겼다”며 “두 제도를 동시에 개편하는 건 2006년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Q : 이번 개선안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A : “2006년 개편이 ‘비싼 약값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시행됐다면 이번 개편은 완전히 반대다. 제약산업 육성과 신약 개발 기업 지원 중심으로 설계됐다. 그 배경엔 정부가 제약·바이오 산업을 ‘제2의 반도체 산업’ 같은 신성장 동력으로 보고 신약 개발에 집중하려는 판단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불필요한 약 사용을 유도하거나 지나치게 비싼 가격으로 약을 구매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매우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Q : 퇴방약 지정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도 개선안에 포함됐는데.
A : “이번 정책은 환자 접근성 개선보다는 제약산업 지원 성격이 강하다. 의약품 공급 불안 원인을 종합적으로 해결하는 차원에서 나온 정책이라기보다 기업 지원 패키지의 일부처럼 제시됐다. 그런 만큼 필수의약품 공급 불안 해소를 위한 실질적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지난달엔 필수의약품이 공급되지 않을 경우 식약처장이 제약기업에 생산을 명령하고 비용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대해 이 부대표는 “공급 부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지금보다는 빠르게 해결하는 수단이 될 순 있겠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며 “필수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려면 식량·에너지처럼 ‘공공재’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Q : 공공 제약사를 설립하자는 얘긴가.
A : “단순히 국영 제약회사를 만들자는 개념이 아니다. 핵심은 ‘공적 생산 체제’다. 지금 의약품 생산은 이윤 중심인데, 의료적 필요에 따라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보완적으로라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제약사는 수익성이 낮더라도 필수의약품 생산을 맡도록 하고, 정부도 생산 시설 투자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 현재 국내 의약품 생산 시설은 노후화됐고 규모도 작다. 해외처럼 첨단 시설에 대한 투자도 거의 없다. 민간이 하지 않는다면 공공이 투자해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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