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비극 알린 '기차는 8시에 떠나네'[休·味·樂(휴·미·락)]
2026.05.30 04:31
편집자주
열심히 일한 나에게 한 자락의 휴식을… 당신을 즐겁게 하는 다양한 방법, 음식ㆍ커피ㆍ음악ㆍ스포츠 전문가가 발 빠르게 배달한다.전쟁은 사랑까지도 슬픔으로 앗아가는 비극이다. 그리스 가수 아그네스 발차는 '기차는 8시에 떠나네'로 전쟁의 비극을 세계에 알린 대표적인 가수다. 제2차 세계대전 중 그리스를 침공한 나치 독일에 항거하던 레지스탕스 청년이 연인에게 전쟁이 끝나면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11월의 밤 8시에 카테리니행 기차를 타고 레지스탕스 집결지로 떠난다.
전쟁이 끝나도 돌아오지 않는 레지스탕스 연인을 추억의 기차역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여인의 아름답지만 슬픈 사랑 이야기를 담은 음악이지만, 그리스의 아픈 역사가 응축된 노래이기도 하다. 시인 아마노스 엘레프테리오가 카테리니에서 들었던 실화를 1961년에 작사하고 저항 음악가 미키스 데오도라키스가 작곡을 했다. 여러 가수가 불렀으나 세계 오페라 무대를 주름잡던 그리스 메조소프라노 아그네스 발차가 불러 1986년 그의 앨범에 수록해 세계에 알려졌다.
필자는 '기차는 8시에 떠나네'를 1990년 11월 일간스포츠 기자 시절 이어령 문화부 장관을 만나 대중예술 정책을 취재하면서 알게 됐다. "장관님은 어떤 노래를 부르십니까"라는 질문에 이 장관은 "잘 아는 노래도 없고 해서, 듣기만 합니다. 가끔 한다면 '타향살이', '기차는 8시에 떠나네' 같은 흘러간 노래를 합니다. 술은 전혀 안 합니다"라고 했다. 지금도 '기차는 8시에 떠나네'를 들을 때면 명쾌하고 다감했던 이 장관을 생각한다.
"카테리니행 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 11월은 내게 영원히 기억 속에 남으리…/ 함께 나눈 시간들은 밀물처럼 멀어지고/ 이제는 밤이 되어도 당신은 오지 못하리/ 비밀을 품은 당신은 영원히 오지 못하리/ 기차는 멀리 떠나고 당신 역에 홀로 남았네…" 한국의 소프라노 조수미도 2002년에 불러 음반을 냈다.
한국 대중가요도 슬픈 역사의 고비마다 나라를 염려하고 대중을 위로했다. 백년설은 일제강점기 35년을 '번지 없는 주막', '나그네 설움'으로 노래했다. 이혜연은 한국 전쟁의 비극을 "당신은 철사 줄로 두 손 꽁꽁 묶인 채로 뒤돌아보고…" 사랑하는 이가 끌려가는 보습을 '단장의 미아리 고개'로 불렀다. 현인은 '굳세어라 금순아', 신세영은 '전선야곡'으로, 최갑석은 '삼팔선의 봄'으로 시대의 아픔을 노래했다.
약하면 짓밟히는 게 작금의 세계 정세다. 자주국방 능력이 곧 평화다. '기차는 8시에 떠나네'는 아름답지만 슬펐던 사랑으로 전쟁의 비극을 일러준 명곡이다.
신대남 한국대중문화예술 평론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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