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잘못 인정해야"…기지촌 미군 위안부 손배소 시작
2026.05.29 17:42
[서울=뉴시스] 이윤석 기자 = 1950년대부터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제공하며 피해를 본 기지촌 '미군 위안부' 여성들이 주한미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이 시작됐다. 29일 주한미군 성착취 진상규명 및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와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6.05.29. photo@new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박정호)는 29일 미군 위안부 피해 여성 117명이 국가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등에 따르면 미군이 공무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대한민국이 우선 배상 책임을 지고, 이후 미군 측에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원고 측 대리인은 "미군의 사기 진작을 위해 위안부의 성과 신체를 이용하는 걸 정당화하고, 조직적 성병 관리 토벌과 컨택을 통해서 미군 위안부는 의료 전문가 없이 격리 수용되거나 페니실린을 무차별 투여받았다"며 "선행 판결은 국가가 위법한 방법으로 위안부 존엄성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함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굳건한 한미동맹 하에 원고들은 침묵을 강요당했다"며 "원고 다수가 고령이다. 생 마지막 시기에 법정에 선 이유는 자신의 피해를 말해 이 사건으로 기지촌에서 당국의 수행 책임이 밝혀지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원고 측은 "고령인 원고들 피해를 회복할 마지막 기회"라며 "대한민국은 SOFA에 따라서 미군과 공동 불법행위로 배상책임이 있다. 과거에 외교 안보로 외면했던 인권과 존엄을 찾는 판결해달라"고 요청했다.
법정에 나온 기지촌 피해 여성은 "기지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끌려온 여성이 많다"며 "억울하게 수십년을 살았고, 미군들에게 맞아 죽을뻔한 적 있었다. 신고를 했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그러면서 "미군이 한국 정부보다 더 많은 잘못을 했는데,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을 8월 21일 오후 3시로 지정하고 그날 당사자들의 진술을 듣겠다고 했다.
앞서 주한미군 성착취 진상규명 및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와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는 기자회견을 열고 "주한미군이 단지 기지촌의 수요자가 아니라, 여성들에 대한 통제와 관리 시스템의 형성과 유지에 깊이 관여한 책임 주체였다"며 "이에 합당한 책임을 묻는 소송"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한미군은 기지촌 미군 위안부 피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죄하라"며 정당한 배상과 재발방지 조치 이행을 촉구했다.
한편 소송을 제기한 이들은 1957년부터 미국 주둔지 주변의 상업지구인 기지촌에서 미군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한 여성들이다. 일각에서는 이들을 일본군 위안부와 구분하기 위해 미군 위안부라고 불렀다.
1957년 당시 우리 정부 총무처는 UN군 이동에 따른 성병관리문제 등을 이유로 UN군 출입 성매매 업소에서 근무하는 여성들을 특정 지역으로 집결시키기로 한 것으로 조사됐다.
1970년대에는 '토벌'로 불리는 단속과 '컨택'으로 불리는 접촉자 추적조사도 진행됐다. 컨택은 성병에 걸린 미군이 자신과 성매매한 여성을 지목하는 것으로, 상대 여성은 강제격리됐다.
앞서 2014년 기지촌 미군 위안부 피해 여성 120여명은 국가가 기지촌 성매매 정책을 시행·관리하며 여성들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022년 대법원은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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