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차그룹 '피지컬AI 핵심' 로봇손 만든다
2026.05.29 17:57
투입 공정별 맞춤 연구개발
美·日 부품 의존 탈피 포석
액추에이터 생산 모비스와
로보틱스 기술 시너지 기대
현대자동차그룹이 휴머노이드 로봇 핵심 부품인 '로봇 손(그리퍼)'을 직접 개발한다. 현대차그룹이 제조 현장용 로봇 핵심 부품을 자체 개발해 기술 고도화와 동시에 부품 내재화에 나서는 셈이다.
2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로보틱스랩은 배터리팩과 차체, 차량 유리, 시트 등 고중량 부품을 안정적으로 들어 올리고 이송할 수 있는 맞춤형 그리퍼(Gripper) 선행 연구개발을 자체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그룹은 특히 산업 현장의 반복적이고 위험도가 높은 공정을 자동화하기 위한 기술 확보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퍼는 로봇이 물체를 잡거나 미세하게 조작하는 손 역할을 하는 장치다. 같은 로봇팔을 적용해도 어떤 그리퍼를 쓰느냐에 따라 작업 정밀도와 생산 속도, 안전성이 달라져 로봇 자동화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최근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생산 공정에서 취급해야 하는 부품 무게와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배터리팩처럼 무겁고 형태가 일정하지 않은 부품은 기존 범용 로봇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워 공정별 맞춤형 그리퍼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로봇팔 자체는 범용화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실질적 경쟁력은 그리퍼에서 갈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체의 형상과 무게, 재질에 따라 잡는 방식이 달라지는 만큼 정교한 그리퍼 기술이 생산 효율과 안전성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그리퍼 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것은 스마트 팩토리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현대차그룹은 인공지능(AI) 기반 제조 혁신 플랫폼 '이포레스트'를 중심으로 공장 자동화 수준을 높이고 있다. 공정별 맞춤형 그리퍼를 확보하면 로봇 적용 범위를 넓히고 생산성 향상과 산업재해 저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제조 특화 로봇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움직임도 주목된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 후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역량 강화에 매진해 왔다. 이번 그리퍼 기술 확보는 제조 현장에 특화한 실용 로보틱스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핵심 부품 계열사 현대모비스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에 양산용 액추에이터를 공급하기로 한 만큼 그룹사 간 로보틱스 기술 시너지도 기대된다. 액추에이터는 로봇 관절 움직임을 구현하는 핵심 구동 부품으로 사람의 근육과 관절 역할을 담당한다.
기존 산업용 로봇 핵심 부품은 일본·유럽 업체 의존도가 높았지만 그룹 내부에서 손과 관절 등 핵심 부품 경쟁력을 확보해 스마트 팩토리와 피지컬 AI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움직임은 단순한 로봇 손 개발을 넘어 그룹 차원의 로보틱스 조직 재편과도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로보틱스랩을 기존 연구개발(R&D)본부에서 첨단차플랫폼(AVP)본부 산하로 이관했다. 엔비디아·테슬라 출신인 박민우 AVP본부장 사장이 로보틱스랩장을 겸임하며 자율주행·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AI와 로보틱스를 하나의 축으로 묶는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기존 '기술 실험 조직' 성격이 강했던 로보틱스랩이 향후 상용화 중심 조직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제조 조직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제조솔루션본부 내에 로봇 전략 전담 조직인 '로봇제조솔루션전략팀'을 신설하는 등 생산 조직 전반에 '로봇'을 전면 배치했다. 단순 자동화를 넘어 AI 기반 생산 운영과 피지컬 AI 제조 체계 구축을 핵심 전략으로 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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