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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떠난다더니"…외국인, '삼전닉스' 팔수록 주가 치솟은 이유

2026.05.29 15:29

그들은 왜 한국 주식을 팔까?…외국인 순매도에 대한 오해와 진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26년 5월,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8,000선을 돌파했다. 2024년 말 2,399.49 포인트였던 점을 고려하면 가히 상전벽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한 AI 반도체 랠리가 지수를 끌어올렸고, 여의도에서는 코스피 1만 시대, 나아가 1만 2천까지 바라보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오랫동안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코리아 프리미엄’을 향한 극적인 변신을 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 증시는 여전히 비싸지 않다. 글로벌 주요 증시들과 밸류에이션을 비교해 봐도 그렇다. 블룸버그가 추정한 2026년 말 포워드 기준으로, 코스피의 PER은 8.99배, PBR은 2.12배로 미국 S&P500의 22.17배, 5.06배와 비교하면 절반보다 낮은 밸류다. 가까운 대만이나 일본과 비교해도 그렇고, 미중 무역분쟁으로 수년 간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소외 받고 있는 중국과 비교해도 한참 낮은 수치다.


출처: 블룸버그

그런데 이 역사적 랠리 와중에도 뉴스 헤드라인은 정반대의 공포를 전한다.
"외국인, 역대급 매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서만 10조 원 순매도"
올해 코스피가 역사를 쓰는 동안 외국인은 왜 팔고 있는 걸까. 그들은 과연 한국을 떠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이라 불리는 투자 주체는 누구일까. 금융감독원에 등록한 외국인 투자자의 마지막 현황(2023년 12월 말 기준)을 살펴보면, 그 윤곽이 드러난다.

출처: 금융감독원

참고로 약 30여년간 유지되었던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는 2023년 12월 14일부로 폐지되었다. 외국인들이 사전 등록 없이 여권번호나 법인 LEI 번호를 통해 한국 주식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는 글로벌 기준에 맞추기 위한 제도 개혁의 일환이었으나, 막상 실무적으로는 정책당국의 구체적인 업무 가이드라인이 부족했고, 증권사들도 외국인의 직접 투자 수요를 낮게 판단해 인프라 구축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실제 외국인이 직접 투자하려고 해도 계좌 개설 하나조차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그러다 최근 모 대형증권사가 미국 온라인 증권사와 손잡고 미국의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하면서 외국인 직접 투자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기 시작했고, 이어서 다른 증권사들도 유사한 서비스 출시 준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이란 사실상 ‘글로벌 기관투자자’를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는 노르웨이 국부펀드와 같은 여러 국가의 연기금 펀드, 블랙록, 뱅가드와 같은 수만 개의 글로벌 뮤추얼펀드와 ETF가 해당된다.
코스피 지수와 외국인 유가증권시장 보유금액을 하나의 차트에 겹쳐 놓으면, 두 선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궤적을 그린다. 외국인의 한국 주식 보유금액은 2001년 100.8조 원에서 2025년 1,261.3조 원, 그리고 2026년 3월 1,507.7조 원으로 장기 우상향 해왔다. 코스피도 693에서 2026년 3월말 5,052포인트로 상승했다. 지수가 두 배 뛰면 보유금액도 두 배 뛴다.

출처: 통계청

그런데 시가총액 대비 비중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04년 42.3%를 정점으로 등락을 거듭하다가, 결국 30~36% 대에 수렴한다.


출처: 통계청

지난 25년간 유가증권시장 외국인 보유 비중의 평균은 약 34.7%이다. 이중 초기(2001~2004년) 40% 전후의 높은 비중이 평균을 끌어올렸고, 2008년 이후만 보면(18년간) 평균 약 33.8%로 더 좁은 범위에 수렴한다.

보유금액은 ‘시장의 온도’를 보여주고, 보유비중은 ‘매수 의지’를 반영한다.

이 기간 동안 코스피는 1,000대에서 8,000대까지 움직였고,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다운사이클이 여러 차례 반복되었으며, 환율도 900원대에서 1,500원대까지 요동쳤다. 펀더멘털 환경이 이토록 극적으로 변했음에도 외국인 보유비중이 좁은 밴드 안에 머물렀다는 것은, 외국인 자금의 상당수가 시장 전망에 따라 비중을 조절하는 액티브 자금이 아니라, MSCI 이머징마켓(EM)·FTSE 등 글로벌 벤치마크 지수의 국가별 비중을 기계적으로 복제하는 패시브 자금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만약 액티브 자금이 지배적이었다면, 한국이 매력적인 시기에는 비중이 40~50%까지 치솟고 비관적인 시기에는 20%대로 급락하는 등 훨씬 넓은 변동폭이 나타났을 것이다.

이 구조를 이해하려면, 글로벌 패시브 펀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치를 볼 필요가 있다. 한국 자체를 벤치마크로 삼는 패시브(예: 한국 지수 ETF)라면 글로벌 자금 유입 시 한국 종목을 비중대로 매수하므로 상승을 강화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 증시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패시브 자금의 주류는 MSCI 이머징마켓(EM)처럼 한국이 전체의 일부를 차지하는 글로벌 벤치마크를 추종한다. 이 경우 한국 주가가 올라 포트폴리오 내 한국 비중이 벤치마크를 초과하면, 펀드는 한국을 팔고 비중이 부족해진 다른 국가를 사야 한다. 주가가 오를수록 매도 압력이 커지는 역설이 여기서 발생한다.

참고로 MSCI 이머징마켓 지수의 국가별 비중과 상위 10개 구성종목을 살펴보면, 한국의 비중은 지수 전체의 18.7%를 차지하고 있고, 그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합쳐서 지수의 10.08%를 차지하고 있다.
출처: MSCI


출처: MSCI

그렇다면 리밸런싱 매도가 반복되는데도 보유비중이 30~36% 밴드를 유지하는 이유는 뭘까. 이는 단일 요인이 아니라 여러 힘이 동시에 작동한 결과라고 봐야 한다. 글로벌 패시브 시장 자체가 매년 커지면서 신규 유입 자금이 벤치마크 비중대로 한국에 재배분되고, 한국 시총이 다른 국가 대비 성장하면 MSCI 정기 리뷰에서 한국 비중 자체가 상향 조정되며, 여기에 액티브 자금의 유출입까지 겹친다. 리밸런싱 매도가 비중을 끌어내리는 힘이라면, 신규 패시브 유입과 벤치마크 비중 상향은 이를 메우는 힘이다. 이 두 힘이 상쇄되면서 비중이 좁은 밴드 안에 수렴하는 셈이다.

코스피가 올라 시가총액이 커지면 보유금액도 비례해서 늘지만, 글로벌 패시브 자금 입장에서는 한국에 대한 비중이 벤치마크가 정한 범위보다 높아지기 때문에 주식을 일부 매도함으로써 비중을 유지해야 한다. 작년 외국인의 보유금액이 두 배 넘게 증가한 것은 외국인이 한국에 '추가 배팅'을 했다기보다는 지수 폭등에 따른 평가금액의 상승이며, 올 들어 주가가 가파르게 급등하는 와중에도 벤치마크 비중 유지를 위해 매도를 통해 포지션 리밸런싱을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예를 들어, MSCI EM 추종 펀드에서 다른 국가 주식은 그대로인데 한국 주식만 50% 급등하면, 한국 비중은 벤치마크(18.7%)를 초과하게 된다. 이를 다시 맞추기 위해 한국 주식을 일부 매도해야 한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5개 기업의 2026년 외국인 순매수 현황을 보면, 앞서 분석한 벤치마크 추종 자금의 성격이 숫자로 확인된다. 15개 종목 중 순매수를 기록한 종목은 두산에너빌리티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불과하고, 나머지 13개 종목은 모두 외국인 순매도다.


출처: KRX Data Marketplace

올 들어 5월 22일까지 삼성전자 -50조 4,060억 원, SK하이닉스 -34조 3,900억 원, 현대차 -9조 1,870억 원—상위 3개 종목에서만 약 94조 원의 순매도가 발생했다. 이는 급격한 지수 상승 과정에서 글로벌 벤치마크 추종 자금의 리밸런싱 수요가 상당 부분 작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종목일수록(삼성전자우 77.1%, SK하이닉스 51.6%, SK스퀘어 48.8%) 리밸런싱 매도 규모도 크다. 리밸런싱의 역학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월간 순매수 추이다. 2025년 1월부터 2026년 5월까지의 데이터를 주가와 겹쳐 놓으면, '주가 상승 = 순매도 확대'라는 역설적 패턴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삼성전자의 경우, 2025년 하반기(7~10월) 외국인이 월 3,000억~7,000억 원씩 순매수하며 주가를 5만 원대에서 10만 원대로 끌어올렸다. 이 시기는 삼성전자가 장기간 저평가 국면에 머물러 있던 구간으로, 액티브 자금의 저가 매수세가 패시브의 리밸런싱 매도를 압도하면서 순매수가 우위를 점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한 2026년부터 양상이 반전됐다. 1월 -4,238억 원, 2월 -1조 4,564억 원, 3월 -1조 8,174억 원으로 순매도가 급증했고, 5월에는 -1조 4,587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주가는 30만 원까지 급등했다.


출처: 블룸버그, KRX Data Marketplace

SK하이닉스는 더 극적이다. 2025년 10월(-4,489억 원), 11월(-8,704억 원)부터 대규모 순매도가 시작됐고, 2026년에는 2월 -7,585억 원, 3월 -8,120억 원, 5월 -1조 7,647억 원의 집중적인 매도가 이어졌다. 그런데 주가는 200만 원까지, 불과 1년 반 사이에 10배 이상 상승했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판 기간에 주가가 가장 많이 올랐다는 것이다.

이것은 외국인의 '한국 이탈'이 아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주가가 급등하면 MSCI EM 지수 내 한국 비중이 커지고, 벤치마크 대비 '오버웨이트' 상태가 된다. 패시브 펀드는 비중을 맞추기 위해 기계적으로 매도할 수밖에 없다. 주가가 오를수록 팔아야 하는 역설—이것이 벤치마크 추종 자금의 구조적 특성이지, 한국 시장에 대한 비우호적 전망이 아니다. 실제로 이들은 한국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한국 내에서 포지션을 재조정하고 있을 뿐이다.


출처: 블룸버그, KRX Data Marketplace
외국인이 한국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는 증거는 순매수 상위 종목에서 확인된다. 2026년 1월 2일부터 5월 22일까지 외국인 순매수 상위 18개 종목을 보면, 한국 증시의 새로운 주도 테마에 외국인이 적극적으로 배팅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두산에너빌리티·산일전기 등 전력 인프라주, 한화오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 등 방산·조선주, 셀트리온·삼천당제약 등 바이오주, 그리고 에이피알 같은 K-뷰티 성장주가 목록을 채우고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전력 수요를 폭증시키고, 글로벌 방산 지출이 확대되는 구조적 트렌드에 외국인이 배팅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규모의 비대칭은 직시할 필요가 있다. 순매수 상위 18개 종목의 합계는 13조 4,465억 원이다. 시가총액 상위 20위 내 순매수 7개 종목(두산에너빌리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B금융, 삼성SDI, 셀트리온, SK, 신한지주)의 합계를 더해도 약 6조 7,000억 원 수준이다. 삼성전자 한 종목의 순매도(-50조 4,06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벤치마크 리밸런싱으로 인한 대형주 매도 규모가 액티브 매수를 압도하는 구조적 비대칭은 분명하다.

이 비대칭이 시사하는 바는 현재 외국인 자금의 체질—벤치마크 추종 패시브 중심—이 바뀌지 않는 한, 대형주 급등기마다 리밸런싱 매도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출처: KRX Data Marketplace
홍성관 라이프자산운용 부사장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는 한국 시장에 대한 비관적 전망 때문이 아니라, 벤치마크 비중을 맞추기 위한 기계적 리밸런싱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주가가 오를수록 팔아야 하는 역설—이것이 패시브 자금의 구조적 특성이다. 동시에 전력 인프라, 방산, 바이오 등 한국의 새로운 주도 테마에는 여전히 외국인의 능동적 매수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능동적 매수의 총량(13.4조 원)이 삼성전자 한 종목의 매도(-50.4조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현재 한국 증시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자금의 한계를 보여준다. 벤치마크에 묶인 자금은 바닥을 지지하지만 천장을 뚫지 못한다. 이 천장을 높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MSCI 선진국지수 편입의 의미, 능동적 장기 투자자 유치를 위한 조건, 그리고 외국인 개인투자자라는 새로운 변수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서 이어가겠다.

홍성관 라이프자산운용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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