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의 줄고 의료공백 커지는데…보건진료소는 여전히 ‘지원 부서’
2026.05.29 18:51
통합돌봄 시행에도…진료소 역할·권한 불명확
“일차진료 맡는 생활권 거점으로 재정립해야”
대한간호협회 보건진료소장회는 5월28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농어촌 통합돌봄의 좌표, 보건진료소’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보건진료소는 1980년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의료취약지역에 설치된 공공 보건의료시설이다. 보건진료 전담 공무원이 경미한 진료와 투약, 만성질환 관리, 예방접종, 질병 예방, 건강증진, 방문 보건 등을 맡으며, 2026년 기준 전국 1894곳이 농어촌 주민의 생활권 일차보건의료 거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제도가 규정한 보건진료소의 법적 지위와 지원 체계가 현장의 역할 확대 요구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의 통합돌봄 지침상 보건진료소는 지역 여건에 따른 단순 ‘지원 부서’로만 명시돼 있어 공식적인 역할과 권한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다. 제도적 안착 없이 정책적 요구만 높아지다 보니 현장의 책임은 보건진료소장 개인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한 예로 전남 A 보건진료소는 2곳의 리 지역 주민 433명을 담당하는데, 심뇌혈관질환 유병자가 138명에 달하지만 관할 구역 내 의료기관은 요양병원 1곳뿐이다.
이현경 연세대학교 간호대학 교수는 “현재 보건진료전담공무원은 진료, 만성질환 관리, 건강증진, 방문 관리, 자원 연계, 행정업무까지 사실상 1인 체계로 수행하고 있다”며 “여기에 통합돌봄 조정, 정신건강 지원, 디지털 건강관리 대응까지 요구되고 있지만, 이를 감당할 표준화된 고급 교육체계와 전문성 강화 시스템은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농어촌 통합돌봄이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보건진료소의 역할을 공식 전달체계 안에 명확히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건희 평창군 보건의료원장은 “보건진료소에 기대되는 일차진료, 건강증진, 통합돌봄 업무 등이 명확히 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달체계와 책임 구조를 정비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경희 수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는 “권역 기반 협력체계 구축과 보건진료소장의 역량 강화 및 전문성 지원 체계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인력 기준의 재설정, 표준화된 연계 프로토콜의 마련, 역할 수행에 대한 책임 단위의 명확화와 같은 제도적 기반이 동시에 정비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전문성을 갖춘 신규 인력 선발과 현직 인력을 위한 전문간호사 자격 연계 등 국가 차원의 교육훈련 투자 정책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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