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시간 전
[이두희의 시니어 인사이트] '마음 탄력성'이 노화를 늦춘다
2026.05.29 17:26
'마음의 콜라겐'이 생겨나
호기심과 질문이 출발점
BTS 열풍·파크골프 인기…
새로운 세계 문 열어봐야
오래 살아봐서 안다는 확신
마음의 성장을 막는 걸림돌
유연하고 탄력적 마음으로
타인 경청해야 매력적 노년
나이가 들면 피부의 탄력성이 떨어집니다. 눌린 피부가 예전처럼 금방 돌아오지 않고 눈가에 주름도 생깁니다. 별것 아닌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 그것이 늙음의 슬픈 증거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될 때가 옵니다. 의학적으로는 피부의 콜라겐 부족이 주 원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콜라겐을 먹기도 하는데 그 콜라겐이 그대로 피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다양한 단백질을 콜라겐으로 합성해 피부에 축적하는 몸의 능력입니다.
저는 우리의 마음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강연을 듣는다고, 유명한 책을 읽었다고 '마음의 콜라겐'이 갑자기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피부 콜라겐과 마찬가지로 남의 지식과 지혜를 내 삶 속에서 소화하고 합성할 때 비로소 생깁니다.
그렇다면 마음의 콜라겐은 어떤 메커니즘으로 생성될까요? 저는 호기심과 질문이 그 메커니즘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호기심은 사라지고 질문할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마음의 탄력성이 떨어지는 근본 원인입니다.
평생 살아오며 축적된 개인의 경험은 하나의 큰 논리 체계가 됩니다. "내가 오래 살아봐서 안다"는 말은 지혜입니다. 그러나 이 경험은 변화하고 있는 세계로의 문을 닫는 자물쇠가 되기도 합니다.
새로운 세대의 문화와 기술, 생각이 들어오면 기존 경험과 충돌합니다. 그러면 사람은 자기방어를 시작합니다. 경험은 한 사람의 중요한 자산이지만, 경험이 최선의 정답이라고 확신하는 순간 호기심은 물론 질문과 탐험도 멈춥니다. 경험에 갇혀 더 큰 진화를 못하는 '경험의 함정'에 빠지는 이유입니다.
시니어에게 필요한 것은 경험에 매몰된 강한 마음이 아니라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탄력적인 마음입니다. 강한 마음과 탄력적 마음은 다릅니다. 단단한 무쇠는 부러지지만, 유연한 고무줄은 늘어나기도 줄어들기도 하지요.
계속 운동하는 근육은 탄력성이 큽니다. 사용하지 않으면 플라스틱처럼 굳고 결국 파열되기 쉽습니다. 마음의 탄력성도 똑같습니다. 자기 경험을 과신하면 과거지향적 사고가 마음을 딱딱하게 지배하게 됩니다. 마음을 열어 다양한 생각을 만나고 호기심으로 새로운 질문을 하며 새로운 답을 찾아가면 마음은 유연해집니다. 넉넉한 이해와 따뜻한 배려심은 결과적으로 성장합니다.
그래서 시니어에게 육체 탄력성 운동만큼 중요한 것이 '마음 탄력성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 탄력성 운동은 호기심을 기르고 질문을 하며 새로움을 탐구하는 활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 단어로 요약하면 '배움'입니다.
이때 배움이란 양자역학 같은 거창한 공부가 결코 아닙니다. 아주 작은 궁금함을 해결하면 충분합니다. 만보 걷기가 정말 건강에 좋은지, 파크골프의 인기가 왜 급상승하는지, BTS(방탄소년단)가 왜 세계 남녀노소의 희망이 되었는지, 외로움과 고독의 차이가 무엇인지 같은 것들에 대해 알아보고 물어보는 것, 이 모든 것이 공부입니다. 요즘 공부는 AI(인공지능)가 있으니까 참 쉽기도 합니다.
공부를 하면 흥미로운 일이 생깁니다. 궁금했던 것을 알게 되면서 점차 재미가 생기는 현상입니다. 하나를 알면 동시에 다른 하나가 다시 궁금하게 되어 호기심이 증폭되는 순환 과정입니다. 이 연속적으로 묻고 깨닫는 재미가 바로 '마음의 콜라겐'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마음의 콜라겐이 많으면 피부처럼 마음 탄력성이 높아집니다.
마음 탄력성이 높으면 본인의 경험을 주장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경험과 지혜를 듣고 배우는 것을 좋아하게 됩니다.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잘 물어보는 사람은 언제나 매력적이고 품위가 있습니다. 묻고 경청하는 시니어는 결국 스스로 더 즐거우며 타인으로부터 존중도 더 받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마음 탄력성은 행복의 비결이 되기도 합니다.
마음 탄력성이 높은 이는 이해할 줄 알고, 기다릴 줄 알며, 공감할 줄 알면서 상대를 알아주는 사람입니다. 사람들은 넉넉하고 품격 있는 사람 곁에 머물고 싶어 합니다. 사람은 마음 탄력성이 낮아질 때 비로소 늙기 시작합니다.
[이두희 고려대 명예교수·베테랑 소사이어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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