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Aview 로고

VIEW

대한민국 금융위원회
대한민국 금융위원회
[인터뷰] "AI 규제 합리화, '미래 먹거리' 위한 '혁신의 고속도로'를 까는 일"

2026.05.29 14:36

[김종일·정윤경 기자 jungiza@sisajournal.com]

"경부고속도로·초고속 인터넷처럼 지금은 미래 시대 위한 인프라 준비해야"
"미래 산업은 데이터 축적이 핵심…규제 몇 개 아닌 '메가특구'로 실험할 것"
"개명하면 왜 금융기관 일일이 찾아가야 하나…'원스톱'으로 효능감 드리겠다"
"위원장 맡은 대통령이 직접 챙기니 관료사회의 태도와 우선순위 달라져"
"삼성 노사 합의는 끝이 아니라 출발점…사회적 정의와 지속가능성이 중요"


대한민국에서 개명하는 사람은 연간 10만 명이 넘는다. 이름 하나 바꾸는 데는 법원의 허가만으로 충분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거래하는 모든 은행에 가서 이름이 바뀌었다고 알리고, 온갖 카드사에 알리고, 각종 행정기관에도 다시 알려야 한다.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의 박용진 부위원장은 국민이 겪고 있는 이 불편에 대한 이야기로 왜, 지금, 속도감 있으면서도, 효능감 있는 규제 합리화가 필요한지 설명했다. 정부가 체납자의 소득은 실시간으로 추적하면서도 개명 사실은 관계 기관끼리 공유하지 못(안)하는 현실. 그가 말하는 규제 합리화는 거창한 규제만을 철폐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겪는 불편을 찾아내고 시스템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었다. 

동시에 박 부위원장은 지금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도 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로봇, 자율주행 시대의 새로운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을 실험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메가특구라는 실험장을 구상한다. 그는 이를 '혁신의 고속도로를 까는 작업'이라고 표현했다. 과거 초고속 인터넷이 네이버와 다음, 디지털 경제의 토대가 됐듯 지금은 AI 시대를 준비할 인프라를 미리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생활 속 작은 불편을 해결하고 미래 산업의 질서까지 구축하는 일. '미래 설계자' 박용진이 그리고 있는 설계도는 대한민국의 다음 10년을 향하고 있었다.

5월27일 서울 중구 규제합리화위원회 사무실에서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 ⓒ 시사저널 이종현


"네이버 탄생 시킨 초고속 인터넷처럼…AI 혁신 기반 깔아야"

규제합리화위원회는 어떤 조직인가.

"정부가 새로운 규제를 만들거나 기존 규제를 변경·연장·폐지할 때 이를 심사하는 조직이다. 불필요한 규제를 만들지 말고 과도한 규제는 덜어내자는 취지다. 1998년 행정규제기본법 제정 이후 운영돼 온 규제개혁위원회가 전신이다. 당시에는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았고 '전봇대 규제' 같은 규제 철폐 논의가 이뤄지던 곳이었다. 28년 만에 법을 개정하면서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고 조직과 권한도 확대했다. 이름도 규제개혁위원회에서 규제합리화위원회로 바뀌었다."

왜 '규제 개혁'이 아니라 '규제 합리화'인가.

"규제 개혁이 규제를 없애는 데 초점이 있었다면 규제 합리화는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고 필요한 규제는 새로 만드는 데 의미가 있다. 낡고 불합리한 규제는 걷어내되 새로운 산업과 기술에 맞는 규칙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대한민국은 선진국을 따라가는 추격 국가였기 때문에 다른 나라가 만든 규칙을 가져와 적용하면 됐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대한민국은 선도 국가 반열에 올라섰고 AI·로봇·자율주행 같은 분야에서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 규제는 다른 말로 하면 가이드다. 이제는 우리가 새로운 가이드를 만들어야 하는 시대다."

왜 규제 합리화를 '혁신의 고속도로를 까는 작업'이라고 표현하나.

"대학교 시절 처음 인터넷을 접했을 때만 해도 이메일을 주고받으면 우표가 필요 없어질 것 같다는 정도의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인터넷이 네이버와 다음을 만들고, 온라인 쇼핑과 배달 산업을 만들고, 지금과 같은 디지털 경제를 만들어낼 것이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초고속 인터넷이라는 기반이 깔리면서 전혀 새로운 산업과 기업들이 등장했다.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거나 상상조차 못 했던 기업들이 지금은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고 있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규제를 몇 개 없애는 행정 작업이 아니라 AI와 로봇, 자율주행 같은 미래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AI 혁신의 고속도로가 깔리면 지금은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기업들이 시가총액 상위권에 올라설 수도 있다. 규제 합리화는 그런 혁신의 기반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 혁신 사례는 무엇인가.

"대표적인 사례가 개명 절차 개선이다. 개명하는 사람이 연간 10만 명 정도 되는데 지금은 법원에서 개명 허가를 받은 뒤 본인이 직접 행정안전부에 신고하고, 다시 금융기관과 각종 행정기관을 찾아다니면서 개명 사실을 알려야 한다. 행정안전부와 금융위원회 등에 확인해 봤더니 담당자들도 불편함을 인정하더라. 사법부는 사법부대로, 행정안전부는 행정안전부대로 자기 역할은 충실히 하고 있었지만 정작 국민 입장에서 생기는 불편은 아무도 들여다보지 못했던 것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정부가 체납자의 소득을 추적할 때는 이미 원스톱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스템이 없는 것이 아니라 연결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규제합리화위원회가 바라는 것도 바로 이런 역할이다. 부처가 가져오는 규제 안건만 심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제기되는 불편과 산업계의 애로사항을 즉각 확인하고 부처 간 칸막이를 넘어서 해결하는 것이다. 민관합동추진단에도 정부 부처와 경제단체에서 파견된 인력들이 함께 일하고 있는데, 과거처럼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민원을 넣는 것이 아니라 한곳에서 문제를 확인하고 해결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려고 한다."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는 의미는 무엇인가.

"대통령이 직접 규제합리화위원회 위원장을 맡는다는 것 자체가 공직사회에는 강력한 신호다. 대통령의 관심과 권한이 실리는 순간 부처의 움직임이 달라진다. 좋은 의미에서 규제합리화위원회는 '호가호위 위원회'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주식 결제주기 단축 문제만 해도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등이 매우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국회의원 시절 금융당국을 상대해 본 입장에서 봐도 지금의 속도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대통령이 직접 챙긴다는 사실만으로도 관료사회의 태도와 우선순위가 달라진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현재 가장 집중하는 핵심 과제는 무엇인가.

"메가특구를 구축하는 일이다. 앞으로 AI·로봇·자율주행·바이오 같은 미래 전략산업은 공장 부지보다 실제 도시 공간에서 산업이 어떻게 작동하고 데이터를 축적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규제를 몇 개 푸는 차원이 아니라 메가시티 단위로 실험하고 산업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메가특구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 우리는 상암이나 세종, 강남 일부 구간에서만 자율주행 차량을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말하자면 점과 선 단위의 시험 단계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반면 미국과 중국은 도시 전체를 자율주행 환경으로 활용하면서 막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전통시장과 야시장까지 자율주행 차량이 다니며 돌발 상황에 대한 데이터를 쌓고 있다. 자율주행 산업의 경쟁력은 결국 얼마나 많은 실제 운행 데이터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미래 자율주행 산업이 미국산이 될지 중국산이 될지 경쟁하는 상황에서 우리도 하루빨리 메가시티 단위로 자율주행 차량을 운영하고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AI·자율주행 시대에 왜 데이터가 중요한가.

"중요한 것은 기술만이 아니다. 사람이 타지 않은 자동차를 시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다른 운전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까지 모두 데이터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자율주행 초기에는 운전석에 사람이 타되 보이지 않게 가려놓고 시민 반응을 관찰했다. 결국 미래 경쟁력은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축적하느냐에서 결정된다."

메가특구에서는 무엇을 하게 되나.

"많은 사람이 로봇이라고 하면 공장 안 산업용 로봇만 떠올리는데 앞으로 중요한 것은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로봇이다. 노인을 돌보는 로봇,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로봇, 유모차를 끄는 로봇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지금 법체계는 이런 상황을 전제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로봇이 인도를 다닐 수 있는지,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는지,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는지 모두 규제와 연결된다. 결국 메가특구는 미래 사회를 통째로 설계하는 작업이다."

5월27일 서울 중구 규제합리화위원회 사무실에서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 ⓒ 시사저널 이종현


"삼성 적대시한 적 없다…반칙과 특혜를 비판한 것"

'삼성 저격수'라는 평가에 동의하나.

"삼성 그룹을 적대시한 적이 없다. 삼성 오너 일가의 반칙과 특혜, 불법을 비판한 것이다. 기업의 성장과 혁신은 응원하지만 반칙은 안 된다는 생각은 지금도 같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감시와 견제가 역할이었다면 지금은 성장과 혁신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위치가 바뀌었을 뿐이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을 어떻게 봤나.

"처음에는 노조의 연대 의식 부족이 눈에 들어왔다. 수억원대 성과급을 요구하는 모습이 국민에게는 '나만 살겠다'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회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삼성전자가 어려웠을 때는 협력업체와 하청업체, 지역사회도 함께 고통을 감내했다. 그렇다면 성과가 났을 때는 그 과실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한다고 봤다. 결국 내가 제시한 기준은 두 가지였다. 사회적 정의에 부합하느냐, 그리고 회사의 지속가능성과 성장 가능성에 도움이 되느냐이다. 노사 모두 자신의 몫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고 함께 나누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한 것이다."

삼성전자 노사 합의는 어떻게 평가하나.

"내가 제시한 두 가지 기준으로 보면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는 합의라고 본다. 자사주 지급을 통해 노사 모두 회사의 장기 성장과 연결됐고, 향후 3년간 성과와 연동되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회사가 성장해야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인식이 담겨 있다. 다만 사회적 정의의 측면에서는 여전히 숙제가 남아 있다. 삼성전자 구성원들만이 아니라 협력업체와 하청업체 노동자들, 지역사회와도 성장의 과실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회사가 어려울 때는 함께 고통을 감내했는데 성과가 났을 때는 누가 얼마나 나눌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합의는 끝이 아니라 출발점이라고 본다."

성장의 과실은 어떻게 나눠야 한다고 보나.

"AI·반도체·자율주행·로봇 같은 산업은 기업 혼자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가 용수와 전력을 공급하고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을 제공한다. 국민도 데이터를 제공하고 소비를 통해 성장에 기여한다. 그런데 막상 엄청난 이익이 발생하면 기업 내부에서만 나누는 구조가 계속 유지되는 것이 맞느냐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10년 뒤 어떤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싶나.

"대한민국이 어떻게 부국강병의 길을 갈 것인가, 국민이 어떻게 더 풍요롭고 안전하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정치인으로 남고 싶다. 과거에는 경부고속도로와 초고속 인터넷을 만들었다면 지금은 혁신의 고속도로를 만드는 시대다. 10년 뒤에도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고민하고 새로운 고속도로를 설계하는 정치인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

댓글 (0)

0 / 100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대한민국 금융위원회의 다른 소식

대한민국 금융위원회
대한민국 금융위원회
22시간 전
SK바이오사이언스, 이사회에서 국민성장펀드 자금조달안 확정
대한민국 금융위원회
대한민국 금융위원회
22시간 전
신용보증기금 50주년…강승준 "기업 성장 밑거름 될 것"
대한민국 금융위원회
대한민국 금융위원회
23시간 전
SK바사, 국민성장펀드 3000억원 조달…백신 개발 속도
대한민국 금융위원회
대한민국 금융위원회
23시간 전
[특징주] 퓨리오사AI 관련주 급등…국민성장펀드 투자 호재(종합)
대한민국 금융위원회
대한민국 금융위원회
23시간 전
SK바이오사이언스, 이사회에서 국민성장펀드 자금 조달 확정
대한민국 금융위원회
대한민국 금융위원회
1일 전
창립 50주년 강승준 신보 이사장 "기업금융 파이프 역할 강화"
대한민국 금융위원회
대한민국 금융위원회
1일 전
SK바이오사이언스, 국민성장펀드 지원 확정…3000억 확보
퓨리오사
퓨리오사
1일 전
국민성장펀드, 퓨리오사AI에 8000억 직접투자…“글로벌 선도기업 육성”
대한민국 금융위원회
대한민국 금융위원회
1일 전
국민성장펀드, 퓨리오사AI 등 첨단 산업에 4조1400억원 투자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