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177만원' 中네이멍구 양치기 2명 모집에 700여명 몰려
2026.05.29 15:09
[신화=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척박한 환경으로 잘 알려진 중국 북부의 대초원에서 근무할 양치기 두 명을 뽑는 공고에 수백 명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갈수록 심해지는 취업난과 과도한 경쟁 속 피로감에 지친 청년들이 반응한 결과로 풀이됐다.
2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시린하오터의 한 목장주가 지난달 말 내건 양치기 모집 공고에 700명 넘게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2천㏊ 규모의 초원에서 양 3천마리에 풀을 먹이는 조건으로 월 급여는 8천위안(약 177만원)으로 책정됐다. 부부가 함께 채용될 시 한 달에 1만6천위안(약 355만원)을 벌게 된다.
중국 도시 민간기업의 평균 월 급여는 약 6천위안(약 133만원)으로 알려졌다.
해당 공고는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공유된 지 몇 시간 만에 조회수가 무려 5천900만건을 기록하는 등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원자들 면면을 보면 상하이의 화이트칼라 근로자들부터 중국 전역의 공장 노동자와 2000년대생까지 다양했다.
목장주 쭤샤오융은 "지원자의 10분의 1은 대학을 갓 졸업한 이들이었다"며 "지원자의 절반은 1990년대생이었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1990년대생은 이른바 '35세의 저주'로 명명된 세대에 속하는 청년들로, 고용시장에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소외당하고 있다.
중국의 공식 실업률은 5%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지만 불완전 고용이 늘고 있으며 민간 부문 소득이 경제성장률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아울러 중국의 취업난은 중동 전쟁으로 인한 기업 측 비용 부담 상승과 인공지능(AI) 도입 가속화와 맞물려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더군다나 올여름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1천270만명의 대졸자가 구직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또한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6일 일하는 이른바 '996' 현상이 자리 잡은 데 대해 근로자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
ING의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린송은 "이번 공고를 둘러싼 반응은 경쟁은 치열하고 보상은 적은 중국 노동시장의 징후"라며 "도시 일자리는 점점 매력이 떨어지고 자리 자체도 희소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선적용 컨테이너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한다는 제임스 궈는 지나친 업무 강도에 지쳐 이번 모집 공고에 지원했다고 한다.
전자상거래 업계의 사무직 근로자 우모씨는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고 세상과 떨어져 평화롭고 외딴 삶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이번 모집 공고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목장주 쭤씨는 양치기 생활이 생각과 달리 녹록지 않을 것임을 경고했다.
겨울에는 영하 30도 아래로 기온이 떨어지는 혹독한 환경에서 일해야 하며 일 년 내내 사람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전례 없이 화제를 일으킨 양치기 모집에서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총 4명이 채용됐다. 목장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1980년대생 부부 두 쌍이었다.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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