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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이재명'과 '보수 결집'의 줄다리기 [하헌기의 콘텍스트]

2026.05.29 17:00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보수의 심장'에서도 커진 '뉴이재명'…여전히 강고한 보수세
주목받는 대구의 선택…김부겸은 '새로운 쓸모'를 찾게 될까


68% vs 58%. 두 숫자가 무엇으로 보이는가? 68%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 내란 이후 치러진 2025년 대선 당시 대구광역시의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지지율이다. 당시 대구의 이준석 후보 지지율도 8%가 조금 넘었지만, 이준석 지지자들은 대체로 내란에 대해선 반대했기 때문에 두 지지율을 더하지는 않았다. 

58%는 내가 본 대구의 가장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국정운영 평가의 긍정 평가 값이다(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5월21~25일 대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두 숫자는 타지 사람들이 보기엔 모순적으로 보인다. 무엇이 대구인가? 68%가 진짜인가? 58%가 진짜인가? 우문이다. 대구에는 그 두 요소가 모두 있다. 신기한 일이다. 그래서 이번 칼럼의 소재는 또 한 번 대구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이 5월25일 전북 전주시 전북대 옛 정문 앞에서 열린 유세에 입장하며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장동혁 국민의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5월25일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와 이철우 경북도지사 후보의 지원 유세를 위해 대구 수성못을 찾아 선거운동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타지의 시선으로 보면 모순적인 대구 민심

대구의 보수성을 지긋지긋해하는 타지 사람들은 대구의 정치성은 '진영'이지 '이념'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즉, 대구는 국민의힘은 설령 좌파 정책을 내더라도 지지하고, 민주당은 우파 정책을 내더라도 반대하는 성향일 거라 보는 것이다. 그런 때가 있지만, 적어도 이재명 시대의 대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저 '58%'의 의미다. 이재명 정부가 실제 중도보수 노선에서 실용적 성과를 내자 대구 시민들은 그 사실을 인정했다. 특히 지역 반응을 청취하면, 이재명 정부가 (그들 생각에는) 문재인 정부와는 달리 '반일 외교'를 추구하지 않고 '탈원전 기조를 내려놨다'는 사실 등에 대한 호감이 상당히 크다. 트럼프 대통령을 제법 잘 다루는 것처럼 보이는 수완 역시 좋은 평가를 받는다. 

2025년 대선 때 김문수 후보를 지지했던 이들이 68%에 달했다는 것 역시 엄연한 대구의 현실이다. 한마디로, 대구 시민들은 '충직한 민주주의자'와는 거리가 멀다. '충직한 민주주의자'란 하버드의 두 비교정치학자인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이 제시한 개념으로, 자기 정치적 이익보다 민주주의 규칙 자체를 우선시하는 정치 세력이나 엘리트를 의미한다. 즉 68%와 58%를 모순적으로 바라보지 않으려면, 대구 시민들은 정치의 성과를 인정하지만 민주주의 체제 자체에 대한 충직성은 상당히 약한 이들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구 시민은 레비츠키와 지블랫의 기준에 따른 충직한 민주주의자가 아닌 것이지, 그렇다고 정치적인 판단이 부족한 사람들은 아니다. 대구 시민 68%가 내란 이후에도 김문수를 지지했다고 해서 내란에 대한 지지율이 그만큼이라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오히려 '민주주의에 충직하지 않은' 대구 시민들은 역설적으로 친위쿠데타가 무엇인지를 대한민국 평균보다 훨씬 잘 이해했다. 2024년 12월3일 계엄이 선포됐을 때, 대구 태생의 민주당 당직자나 보좌진 중에선 '당장 국회에서 벗어나 숨으라'는 부모 성화가 담긴 전화를 받은 이가 상당히 많았다. 

'윤 어게인'은 윤석열과 노상원의 계획이 무엇인지를 부인한다. 전국적으로 '윤 어게인'이 5~10%라면 대구에선 30~40%에 해당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뒤집어 말하면 대구 시민의 60~70%는 윤석열과 노상원의 계획이 무엇이었는지를 '너무 잘 알았다'. 이런 면에서 대구는 정치 성향으로는 극우적 도시가 맞지만, 가장 극우적인 사람들조차 내란 재판 과정에서의 윤석열의 모습에 대해 비판적인 경우들이 꽤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의 생각으로는, 대통령이 친위쿠데타를 일으켰는데 실패했다면 그 목숨을 건 행위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자신이 지고 자신을 따른 부하들의 죄를 감경해 주는 것이 마땅히 정치 리더가 해야 할 바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대구의 보수성 혹은 극우성은 윤 어게인의 숫자가 타 지역보다 3~4배 많은 것으로도 나타나지만 '친위쿠데타에 실패했다면 최종 책임자인 윤석열이 혼자 죽음으로 책임져야 마땅하다'는 생각으로도 나타났다. 

그런 대구 사람들에게 '민주당'이란 정당은 어떻게 보일까? '이재명'이란 사람은 어떻게 보일까? 마지막으로, '김부겸'이란 사람은 어떻게 보일까? 대구 사람들에게 민주당은 이념과 지역의 측면에서 아득하게 멀어서, '정당'이란 고급진 어휘로 표현해선 안 되는 저급한 이들로 느껴진다. 그래서 김부겸 후보가 처음 대구에 출마했을 때 "정당에서 출마해야지, 그냥 출마하면 되냐?"와 같은 말을 들었다고 한다. 듣는 민주당 사람들은 아연했다. 민주당 간판을 달고 나왔는데 왜 정당에서 출마하지 않았느냐고 묻다니. 그들은 대구엔 민주당은 정당도 아니라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게 됐다. 

김대중·노무현 유산 위에 서있는 이재명 

사실 민주당 출신 대통령들을 위해 변명하자면, '김대중(DJ)'도 '노무현'도 중도보수적인 정책을 많이 썼고, 실용적 성과를 냈다. 하지만 그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금 누리고 있는 국정운영 평가에 대한 지지를 대구에서 누린 바가 없다. 대구·경북(TK) 사람들에게는 '이념'뿐만 아니라 '지역'도 중요한 심리적 잣대였기 때문에 DJ는 정치 성향과 상관없이 저 멀리 있는 사람이었다. 특히 DJ는 집권 이후 수십 년간 공직에서 철저히 배제됐던 호남 출신 인사들을 일정 비율이나마 형성하기 위해 요직에 임명하고 중간관리직에 승진시켰다. 이 과정은 당대의 대구인들에게는 TK 홀대로 여겨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 방면에서 DJ 노선을 계승한 이는 아니었지만, DJ와 함께 정치를 한 세월이 길었던 고로 역시 '호남당의 영남인', 즉 대구 사람들에겐 심리적으로 아득히 멀리 있었다. 

이재명은 아니다. 이재명의 주요 정치적 이력은 경기도에서 형성됐다. 그 과정에서 그가 경북 태생이라는 사실이 부각된 점도 없지만, 그렇다고 그가 호남의 보스 정치인 자장 안에서 이력을 쌓아온 것도 아니다. 적어도 대구 사람들의 기억 속에 그런 이미지는 없다. 이재명은 DJ가 호남 사람이라서 받아온 배척과, 노무현의 호남당 간판 달고 부산에 출마하는 도전이 받아온 거부를 더 이상 경험하지 않는다. 뒤집어 말하면 이재명은 수많은 DJ들의 상처와 수많은 노무현들의 도전이 만들어낸 유산 위에 서있다. 그래서 대구 사람에게 한층 가까워진 이재명은 대구에서도 '뉴이재명'을 만들 수 있었다.

김부겸은 거기서 또 한 번의 도약이다. 이재명은 경제적 측면에선 중도실용이지만 역사관에선 민주진보진영의 평균을 따른다. 김부겸은 그 평균을 훌쩍 뛰어넘어 포용과 통합을 추구해 왔다. 이는 대구 사람들도 본능적으로 아는 바다. 그런데도 대구는 김부겸을 '보수 결집'을 이유로 끝내 버리게 될까? 아니면 그는 '뉴이재명'의 시대에 새로운 쓸모를 찾게 될까? 선택은 대구 시민의 몫이다.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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