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발전소는 폐쇄, 재생에너지는 민영화... 이게 정의로운 전환인가
2026.05.29 17:21
노후 석탄화력발전소가 내뿜는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가 기후재난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발전노조가 과거 문재인 정부의 노후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 결정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환영의 성명을 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리 역시 변화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석탄발전소 폐쇄 계획이 처음 공론화된 지 9년이 흐른 지금, 정부의 대책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당장 지난해 태안화력 1호기를 시작으로 2040년까지 61기의 석탄발전소가 전면 폐쇄된다. 당장 내년부터 본격적인 폐쇄가 단행되지만, 현장 노동자들의 총고용을 보장할 구체적인 로드맵은 없다. 정부가 제시한 대안이라곤 LNG·양수발전소 대체 건설이 전부다.
더 큰 문제는 국가 에너지 안보의 핵심이어야 할 재생에너지 영역이 대기업과 해외 투기자본의 '우회적 민영화' 놀이터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재생에너지 건설 투자의 90% 이상이 민자발전사이며, 그중 60% 이상은 해외 투기자본이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 전력시장은 급격한 민영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민영화된 전력시장의 대가는 가혹하다. 지난 2021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폭등했을 때, 한전과 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은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무려 60조 원에 달하는 적자를 감내했다. 반면 민자발전사들은 수조 원의 영업이익을 독식했다.
언론은 공기업의 부실과 이자 부담만을 꾸짖지만, 이는 실상을 가리는 왜곡이다. 공기업이 방파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면 그 막대한 비용은 전기요금 폭탄이 되어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되었을 것이다. 결국 공기업의 적자는 국민 모두가 짊어져야 할 빚으로 남았다.
국외 사례는 더욱 적나라하다. 전력시장을 민영화한 미국 텍사스주는 2021년과 2025년 기습 한파 당시 한 가구당 수천만 원에 달하는 황당한 전기요금 고지서를 발송해 국제적 지탄을 받았다. 반면 프랑스는 글로벌 에너지 위기 속에서 안보를 지키기 위해 민영화했던 프랑스전력공사(EDF)를 전격 재국유화했다. 신자유주의적 민영화를 멈추고 에너지 주권을 국가와 공공의 품으로 되찾아오는 것이 세계적 흐름이다.
민자발전은 비용 측면에서도 비효율적이다. 민자발전소의 건설비는 공기업보다 적게는 1.5배에서 많게는 2배까지 높다. 이 부풀려진 비용 역시 시민의 세금과 요금으로 충당된다.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투자해야 할 재생에너지 예산은 약 1500조 원에 이른다. 우리는 이 중 최소 50%를 공공이 직접 투자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정부의 낮은 정책자금 금리를 활용하면, 단 1%의 이자율만 낮춰도 수조 원의 국민 세금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전환과 노동자의 생존권을 동시에 살리는 길은 명확하다. 공공 재생에너지 투자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석탄발전소 노동자들을 그곳으로 고용 승계 및 전환 배치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대규모 투자를 책임질 적임자는 바로 과거 전력 구조개편으로 쪼개진 '발전 5사'다. 현재처럼 5개 사로 분사된 구조로는 과감하고 집중적인 공공 투자가 불가능하다. 발전 5사 통합이 정의로운 전환의 절대적 전제조건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햇빛, 바람, 바다는 어느 특정 자본의 소유가 아닌 우리 모두의 공유재다. 따라서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과 혜택 역시 국민 모두에게 돌아가야 한다. 이익이 나면 진입하고 손해가 나면 철수하는 민간 투기자본에는 국민의 보편적 주거와 생존을 책임질 '공급의 의무'가 없다. 실제로 최근 대규모 해상풍력 투자를 선언했던 해외 자본들이 사업성이 떨어지자 손쉽게 철수하는 모습이 이를 증명한다.
에너지 전환과 공급의 책임은 국가와 정부에 있다. 진정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고자 한다면, 석탄발전소의 폐쇄만큼이나 공공 재생에너지의 확대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그리고 그 대전환의 중심에 우리 발전노동자가 서겠다. 석탄발전을 멈추는 일도, 공공 재생에너지를 일구는 일도 우리가 주체가 되어 탄소중립에 이바지하겠다.
우리의 요구는 단호하고 명료하다.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해 발전 5사를 즉각 통합하고 공공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라. 우리는 매년 투쟁해 왔고, 올해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오는 6월 13일 창원에서, 에너지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노동자와 시민의 거대한 연대의 걸음이 시작된다. 함께 만납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위원장입니다.
6.13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노동자·시민 대행진
○ 일시 : 6.13(토) 15시
○ 장소 : 경남 창원(창원시청 최윤덕 동상 앞)
전국 참가버스 및 상영회 안내 페이지 : Bit.ly/letsgo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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