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전
[단독] 쿠팡, AI 가짜 상세페이지로 미입점 업체 무단도용 논란
2026.05.29 11:13
국내 유통 플랫폼 공룡인 쿠팡이 정식 입점조차 하지 않은 국내 중소기업의 돼지고기 브랜드를 무단 도용해 가짜 상품이 판치도록 방조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쿠팡의 허술한 검수와 알고리즘 시스템을 틈타 중국계 셀러들이 AI로 조잡한 가짜 상세페이지를 만들어 랭킹 1위까지 차지하는 동안, 원권리자인 중소기업은 속수무책으로 브랜드 가치를 무단 도용당했다. 그럼에도 쿠팡은 '통신판매중개자'라는 법적 지위 뒤에 숨어 사실상 관리를 방치하고 있으며, 현행법상 제재도 어려워 소상공인과 소비자의 피해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난축맛돈' 검색하니 중국어 박힌 '소고기 스테이크'가 1위?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 검색창에 제주의 대표적인 프리미엄 돈육 브랜드 '난축맛돈'을 검색하면 황당한 결과가 나타난다. 쿠팡이 자체 랭킹 순위 1~3위로 추천하며 최상단에 노출한 상품들은 제주 흑돼지가 아닌, 중국 대행 판매자가 올린 정체불명의 육류 제품들이다.더 큰 문제는 상세페이지와 상품명이다. 이들 상품은 제목 전면에 '제주 난축맛돈 흑돼지 오겹살'이라는 키워드를 내걸었지만, 정작 상세 페이지를 확인해보면 돼지고기가 아닌 중국 식품기업 '링후이'의 '냉동 소고기 스테이크' 이미지가 버젓이 등록되어 있다.
이는 해외 셀러들이 AI 자동 번역 및 생성 프로그램을 돌려 국내 유명 키워드를 무차별 무단 매칭한 결과물이다. 돼지고기를 사려는 소비자에게 명품 브랜드 이름을 미끼로 던진 뒤, 실제로는 수입 허가 여부조차 알 수 없는 중국산 냉동 소고기를 6만~7만 원대에 판매하는 전형적인 사기성 행위다. '탐라애돈' 이름을 내건 제품 역시 상세 페이지가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원산지조차 확인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성 문제도 심각하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방역 등을 이유로 중국산 생돈육 및 멸균되지 않은 가공육의 수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제품은 정확한 원산지와 정식 수입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워 소비자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입점한 적도 없는데… 대기업 플랫폼의 '미끼'가 된 브랜드
해당 브랜드의 권리자인 '제주드림포크' 측은 대기업 플랫폼의 파렴치한 행태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변영준 제주드림포크 이사는 "쿠팡에 상품을 입점하거나 판매한 사실이 절대 없으며, 앞으로도 계획이 없다"라며 "우리가 피땀 흘려 키워온 브랜드 가치가 대기업 플랫폼에서 가짜 AI 키워드 장사에 무단 도용되고 있는 상황에 깊은 분노를 느낀다"고 전했다.실제로 쿠팡 시스템은 검색창 아래 연관검색어 첫 번째로 '난축맛돈제주드림포크'를 매칭해 소비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정작 공식 생산자는 입점조차 안 했는데, 쿠팡의 알고리즘이 해당 브랜드를 트래픽 모으기용 '미끼'로 활용하며 허위 매물 유통을 방지·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변 이사는 "중소 생산자들은 축산물 이력번호 하나만 틀려도 영업정지 등 생존권이 걸린 규제를 받는데, 쿠팡은 통신판매중개자로서 수수료만 챙기며 최소한의 필터링 시스템도 없이 위법 행위를 방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1원만 싸면 다 준다'… 가짜 양산하는 '아이템 위너' 구조
이처럼 입점도 안 한 업체의 짝퉁 상품이 검색 랭킹 최상단을 차지할 수 있는 배경에는 경쟁자가 없는 상품을 파거나 단 1원이라도 더 저렴한 가격을 제시한 판매자에게 랭킹 상단 노출은 물론, 기존 정식 판매자가 피땀 흘려 쌓아온 상품 리뷰까지 모두 몰아주는 '아이템 위너(Item Winner)' 구조가 존재한다. 시스템의 맹점을 노린 중국 셀러들은 국내 미입점 명품 키워드를 제품명에 무단 삽입한 뒤, 알고리즘상 최저가 지위를 획득해 랭킹 1위를 차지했다. 정식 수입업자나 원권리자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 브랜드 신뢰도를 구축해 놓아도, 쿠팡의 알고리즘 묵인 아래 유통 자산과 오너십을 한순간에 빼앗기게 된다. 위조 제품이 정품의 리뷰를 공유받아 소비자를 속이고, 정식 업체가 오히려 짝퉁 취급을 받는 적반하장의 상황이 연출되는 이유다.
플랫폼 면피용 둔갑한 '통신판매중개자'…제재 근거 없는 공정위
이와 같은 쿠팡의 무책임한 플랫폼 운영과 알고리즘의 문제에 대한 법적 제재는 요원한 실정이다. 현행 전자상거래법상 플랫폼은 통신판매의 당사자가 아닌 '중개자'로 분류돼 면책 특권을 받기 때문이다.공정위 관계자는 "플랫폼은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중개자이기 때문에 내부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허가 여부나 품질을 직접 확인해야 할 법적 책임은 없다"며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조작한 것이 아니라 연산 결과에 따라 랭킹 상위를 차지한 것이라면 현행법상 문제로 지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23년에도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의 아이템 위너 제도가 소비자 편의성을 도모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한편, 전날 취재가 시작되자 쿠팡 측은 뒤늦게 '난축맛돈' 관련 상품의 판매 페이지를 삭제했다. 그러나 취재 당시 쿠팡 측에 문의하지 않은 또 다른 미입점 브랜드 '탐라애돈' 도용 상품은 여전히 오픈마켓 랭킹 상위권을 차지하며 방치되고 있어, 보여주기식 사후 대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 소상공인 단체 관계자는 "쿠팡은 통신판매중개자라는 지위를 방패 삼아 위법 행위를 방관하고 있다"며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에 걸맞은 엄격한 내부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을 의무화하고, 가짜 상품 방치로 인한 소비자 및 원권리자 피해 발생 시 플랫폼 대기업을 직접 제재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법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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