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천판 '도가니 사건' 터졌다, 19명 성적 학대한 '원장 아빠'
2026.01.19 05:00
모두 사실일 경우 9명의 성적 피해자가 나온 이른바 ‘도가니 사건’을 뛰어넘어 국내 장애인 시설에서 벌어진 성범죄 사건 중 최다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다. 지역에선 이미 ‘인천판 도가니 사건’이란 평가가 나온다. 피해자 진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경찰은 해당 조사 보고서를 중요 자료로 활용해 수사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18일 중앙일보가 확인한 ‘인천 강화군 장애인 거주시설(색동원) 입소자 심층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해당 시설에 입소해 있던 여성 장애인 전원이 시설장 A씨로부터 성폭행 등 성적 학대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에는 입소자 17명과 퇴소자 2명 등 총 19명이 참여했고, 전원 여성 장애인이었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해 12월 작성됐지만, 조사를 의뢰한 강화군이 내용을 전면 비공개해 피해 사실이나 규모 등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의사 표현이 가능한 장애인에겐 성폭행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을 들었고, 의사 표현이 불가능한 장애인들의 경우 놀이나 그림·사진 조사 등 전문 기법을 활용해 피해 상황을 확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 B씨(40대)는 “원장님이 성적으로 만지려고 한다”며 “하지 말라고 했지만 소용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만져줘’ ‘또 하자’는 말도 했다”고 덧붙였다. C씨(40대)는 “낮이든 밤이든 상관없이 만졌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범행 장소로 방과 소파, 2층 카페 등을 특정했고 다른 장애인들이 A씨에게 성폭행당하는 장면도 묘사했다. 50대 장애인 D씨는 “성폭행 당한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조사에 참여한 19명 중 14명의 얼굴에 동그라미를 치기도 했다.
의사 표현이 어려운 장애인들은 “원장님이 어떻게 했느냐”는 질문에 자신의 상의를 들어 올리거나 성기에 손을 가져다 대는 등 비언어적 표현으로 범행 상황을 재연했다. 보고서엔 A씨가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흉기를 들이밀며 “(피해 사실을) 엄마나 아빠한테 말해도 너 안 데려간다”고 협박했다는 진술도 담겼다.
피해 당시 상황도 재현
조사에 참여한 장애인 19명은 30~60대 여성이다. 이 중 13명이 부모나 형제가 없는 무연고자다. 시설에서 짧게는 5년 길게는 16년 이상 거주했다. 지역 관계자들에 따르면 시설을 찾아오는 가족도 거의 없는 등 외부인과의 접촉이 적어 A씨를 비롯한 시설 종사자들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는 상황이었다. 입소자들이 의식주를 제공하는 A씨를 단순 보호자 이상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한 40대 피해자는 조사에서 아빠(A씨) 이름을 말하지 못하게 하고, 다른 장애인이 진술할 때 비명을 지르는 등 방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경찰청은 A씨를 성폭력처벌법상 장애인 강간·강제추행 등 혐의로 입건하고 불구속 상태로 수사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신고를 접수한 뒤 같은 해 9월 해당 시설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강제수사가 시작되며 신고 7개월 만에 여성 입소자 17명에 대한 분리조치도 이뤄졌다.
경찰 수사 난항에 의혹만 커져
해당 팀은 과거 국민적 공분을 산 ‘도가니 사건’(광주 인화학교 사건)과 신안 염전 강제노역 사건 등의 피해 사실을 심층 조사로 규명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보고서를 중요 참고자료로 활용해 사실관계를 추가로 확인하는 등 수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 조사를 통해 입소자들의 진술이 사실로 확인되면, 국내 장애인 시설에서 일어난 성범죄 사건 중 중 가장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다. 지난 2005년 알려진 광주 인화학교 사건의 경우 최초에 교직원들로부터 성폭행 등 학대를 당한 피해자가 30여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됐지만, 수사 기관에서 확인한 피해자는 9명으로 최종 집계됐다. 이 사건은 공지영 작가의 소설 『도가니』와 동명의 영화로도 알려졌다.
장종인 공대위 위원장은 “색동원을 퇴소한 장애인도 다수 있어 도가니 사건보다 피해 규모가 훨씬 커질 수 있다”며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수사 인력을 증원하는 등 대통령실과 보건복지부 차원의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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