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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첫 공개된 ‘필랑트’, 르노가 꺼낸 키워드는 ‘우리·협업’ [르노·GM 엇갈린 행보]②

2026.01.18 07:00

르노, 韓 단순 생산기지가아닌 협업 파트너로 인식
한국GM, 美 브랜드 신차 대거 출시…브랜드 확장 '초점'
니콜라 파리 르노코리아 최고경영자(CEO)가 신차 필랑트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박세진 기자]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르노그룹이 거듭 강조한 키워드는 한국과의 ‘협업’이었다. 그 협업의 결과물로 제시된 모델이 신차 ‘필랑트'(FLANTE)다. 르노코리아는 지난 1월 13일 서울에서 새로운 주력 크로스오버 모델 필랑트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이날 행사에는 르노그룹 주요 최고위 인사(C레벨)들이 대거 참석했으며, 이들이 공통으로 전한 메시지는 한국의 중요성과 협업이었다.

반면 한국GM은 ‘브랜드 확장’에 방점을 두고 있다. 최근 GMC와 뷰익 등 멀티 브랜드 전략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대표적이다. 수입 라인업 확대를 통해 그간 약점으로 지적돼 온 ‘내수의 빈칸’을 메우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필랑트 전면부. [사진 박세진 기자]
르노그룹 최고위가 보는 韓

르노그룹 최고위 인사들의 발언만 살펴봐도 한국의 위상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파브리스 캄볼리브 르노그룹 최고성장책임자(CGO) 겸 르노 브랜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필랑트에 대해 “르노의 프랑스 정체성(DNA)과 한국의 기술적 역량을 결합한 우리의 접근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라는 표현에서 한국을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닌 협업 파트너로 인식하는 태도가 읽힌다.

니콜라 파리 르노코리아 사장 역시 한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르노의 생산과 개발을 담당하는 글로벌 허브 중 하나”라며 “한국이 르노의 현재뿐 아니라 미래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르노에게 한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며, 최고만을 기대하는 까다로운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디자인 부문에서도 ‘협업’이 핵심 키워드였다. 로렌스 반 덴 아커 르노그룹 디자인 총괄 부회장은 “필랑트는 파리와 서울에서 일하는 두 팀의 성공적인 협업을 바탕으로 완성된 모델”이라며 “이 모델을 통해 르노가 한국에서 고급 모델로 확장해 나가는 방향도 분명히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르노그룹 최고위 인사들의 발언에는 공통으로 ‘함께·우리·협업’이라는 표현이 반복됐다. 이를 단순한 수사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는, 그 의미가 한국을 단순한 판매 시장이 아닌 르노의 제품과 전략을 함께 구현하는 파트너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르노코리아의 ‘개발 협업→한국 생산→내수·수출 병행’ 구조다. 르노그룹과 르노코리아가 공동 개발·생산하는 차량은 모두 부산공장에서 생산된다. 새롭게 공개된 필랑트 역시 부산에서 생산된 뒤 국내 판매를 거쳐 세계 시장으로 수출된다. 캄볼리브 CEO는 향후 출시될 신차 역시 부산공장에서 생산해 내수와 수출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부산공장을 직접 언급하며 “앞으로 다양한 모델의 생산을 확대할 예정”이라면서도 “생산 규모는 시장 여건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하되, 내수와 수출 간 시너지가 확보된다면 보다 안정적인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엔지니어들에 대한 신뢰도 강조됐다. 니콜라 파리 CEO는 “부산공장을 르노그룹의 글로벌 생산 허브로 지정한 이유는 한국 시장이 D·E 세그먼트 비중이 높고, 고객 요구 수준이 매우 높기 때문”이라며 “약 600명의 한국 엔지니어들이 보여주는 기술 역량은 정말 놀라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발언이 단순한 립서비스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한국에서 만든다’는 약속이 실제로 지켜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로라 1 프로젝트의 그랑 콜레오스와 오로라 2에 해당하는 필랑트는 모두 부산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후 한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뒤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되는 구조다. ‘한국 월드 프리미어→한국 생산→해외 확장’이라는 흐름이 현실화한 셈이다.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 위치한 GMC 대리점. [사진 AFP/연합뉴스]
GMC·뷰익 꺼내 든 한국GM

이 지점에서 르노코리아와 뚜렷하게 대비되는 행보를 보이는 쪽이 한국GM이다. 국내 생산 신차를 지속적으로 배정하고 있는 르노코리아와 달리, 한국GM은 멀티 브랜드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국GM은 최근 ‘2026년 비즈니스 전략 콘퍼런스’를 열고 향후 신차 출시 계획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GMC 3개 차종과 신규 브랜드 뷰익 1종을 국내에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GMC 브랜드에서는 기존 ‘시에라’ 외에 전기 픽업 ‘허머 EV’와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카디아’, 중형 픽업 ‘캐니언’ 등 3개 모델이 추가로 도입된다. 뷰익 브랜드에서는 소형 쿠페형 SUV ‘엔비스타’가 국내 출시될 예정이다. 엔비스타는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함께 북미 시장에서 반응이 좋은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GMC 생산 설비가 없다. 이 때문에 GMC 브랜드 차량은 모두 해외 공장에서 생산된 뒤 수입 판매된다. 국내 공장에 신차를 배정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선택이다. 한국GM은 2023년 트랙스 크로스오버 이후 국내 생산 설비에 새로운 차종을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뷰익 엔비스타는 예외적인 사례다. 해당 모델은 현재 부평공장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그동안 수출용으로 공급됐다. 엔비스타를 국내에 출시할 경우 별도의 생산 설비 증설 없이 내수 판매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한국GM 노조 역시 엔비스타의 국내 출시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국내 신차 배정에는 비교적 소극적인 모습이지만, 투자에는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도 눈에 띈다. 한국GM은 최근 한국 내 생산 시설에 3억달러(약 4429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2028년 이후에도 국내 생산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라는 설명이다. 다만 구체적인 투자 시점과 세부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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